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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시월의 저택 l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by 글쓰남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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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저택 - 10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55년의 기다림 끝에 출간된 레이 브래드버리 꿈의 작품!

환상문학의 대가가 평생을 바쳐 사랑한 단 하나의 이야기


지구의 작은 한 점에서 영원한 우주를 꿈꾼 작가, 환상문학의 음유시인 레이 브래드버리. 그의 서정적이면서 시적인 소설들은 SF와 환상문학의 입지를 주류 문학의 위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이주민의 정서, 소년의 감성, 인간에 대한 믿음을 담은 작품들은 그가 항상 소중하게 간직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엘리엇 가족’은 브래드버리가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시킨 대표적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등장하는 단편들은 데뷔 초창기부터 평생을 함께한 주요 작품이자 그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현대문학 폴라북스는 ‘엘리엇 가족’의 시작과 끝을 다룬 브래드버리의 연작소설 『시월의 저택』을 ‘폴라 데이 앤드 나이트’를 통해 선보인다. 이 책은 1945년 「귀향 파티」를 시작으로 여러 잡지에 발표했지만 좀처럼 출판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레이 브래드버리가 새로운 글과 편집을 더해 55년이 지난 후 연작소설 형태로 완성한 책이다. 긴 세월을 거쳐 완성된 『시월의 저택』에서는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이제 막 발휘하는 젊은 브래드버리와 원숙함을 갖춘 거장 브래드버리가 이룬 특별한 ‘협업’과 마주할 수 있다. 핼러윈을 기다리던 소년과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청년, 아름다운 추억 하나하나가 기쁨인 노인의 모습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괴상한 가족 가운데 유일한 인간 아이, 티모시

영원한 존재들의 유한한 순간을 기록하다


4천 년이 넘는 시간의 기억을 간직한 이집트 미라 할머니, 밤에만 활동하는 아버지와 결코 잠들지 않는 어머니, 세상의 온갖 것들의 머릿속을 드나들 수 있는 누나 세시, 큰 날개로 밤하늘을 누비는 에이나르 삼촌 그리고 유령 사촌들…… 엘리엇 가족, 시월의 일족은 우리가 흔히 몬스터라고 부르는 ‘외국 도깨비’들이다. 영원한 삶을 사는 이들은 일반 사람들에게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긴 세월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친밀한 존재이다. 시월의 저택 앞에 버려진 인간 아이 티모시는 이들에게 거두어져 자라면서 자신이 가족과 다른 존재라는 걸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티모시는 다른 가족들을 부러워하고, 유한한 삶을 사는 자신의 신세를 슬퍼하지만 새로운 가족들과의 만남, 따뜻한 돌봄 속에서 삶과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영원의 존재들과 인간의 아이 티모시는 특별한 순간을 기록해나가며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을 만끽한다.

인간이지만 기괴한 가족의 일원인 티모시는 레이 브래드버리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주인공이자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잇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스스로를 현실과 환상, ‘두 세계의 주민’이라 여겼던 레이 브래드버리답게 티모시와 가족을 향한 작가의 애틋한 감정은 각별하다. 엘리엇 가족은 자유롭고 영원한 삶을 누리지만, 한편으로 (전설과 미신 속 존재답게) 사람들에게 잊히거나 강하게 부정당하면 쉽사리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약한 존재이다. 브래드버리는 전쟁과 대공황, 이념의 대립으로 황폐화된 미국 사회에 가족적인 것, 환상과 낭만의 이야기가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소년 티모시가 이름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것처럼, 그도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인 ‘From the Dust Retuned’는 그래서 흙과 먼지가 되어 사라진 옛 가족을 부르는 주문이자 다시 모일 날을 꿈꾸게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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