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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주권 빼앗겨도 좋은가? - 김덕종.손석춘 지음/철수와영희 |
우리 시대 농업과 농민운동의 나아갈 길을 묻는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으로 이번에는 ‘농부의 대자보’를 펴냈다. 이 책은 시인 고 김남주의 친동생으로 해남군농민회 회장으로 있는 땅끝마을 농부 김덕종과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손석춘의 한국 농촌의 위기와 농민운동의 나아갈 길 그리고 김남주 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덕종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으로 활동했고, 3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을 해온 농민운동의 산 증인이며, 손 교수는 30년 가까이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집필 활동과 참여를 통해 진보와 언론 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언론인이다.
이 책은 쌀 시장 개방 문제, 현재의 농업과 농민 문제, 그리고 민주·진보 진영의 성찰과 미래를 비롯해 김덕종 가족이 살아온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김남주 시인의 삶을 중심으로 김덕종과 손석춘이 나눈 이 대담은 지금 시기 한국 사회의 농업 문제와 농민운동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시금석을 제시해 준다. 나아가 김남주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진보의 나아갈 길을 묻는다.
한편 이 책에 담긴 김남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동생이 전하는 것이라 시인 김남주에 대해 좀 더 인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남주 시인의 시 7편을 함께 담았다.
농민을 진심으로 대한 정권이 과연 있었던가?
-쌀 시장 개방은 다국적 곡물 기업들에게 우리의 생명줄을 맡기는 셈이다
김덕종은 최근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선언과 관련해 4~5년 전까지는 100퍼센트 자급해왔던 쌀 자급률이 지금은 80퍼센트대로 떨어졌다면서, 2015년 쌀 시장 전면 개방 선언은 결국 식량 창고를 남의 나라에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0퍼센트 대의 낮은 곡물 자급률의 마지막 버팀목인 쌀마저 개방되면 식량을 세계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국제적 식량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다국적 곡물 기업들한테 우리의 생명줄을 맡기는 셈이라는 것이다.
한편 그는 정부가 관세율을 500퍼센트 이상 매기면 수입 쌀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하지만 관세율을 계속 고관세로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며 2~3년 지나면 관세율도 허물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협상도 하지 않고 서둘러서 관세화 선언을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그랬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주장하며, ‘우리 식량 창고 지키기’에 국민들이 함께해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손석춘은 지난 5,000년의 역사 동안 농민들이 자신들을 위한 정권을 만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주들의 권력인 왕조들과 일본제국주의는 물론, 해방 후 지금까지의 모든 정권은 농민을 수탈 대상 또는 기껏해야 ‘표밭’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헌법이 명문화한 ‘주권자’로서 농민을 과연 진심으로 대한 정권이 있었는지 묻는다.
시인 김남주에게 배운 농민과 농업을 살리는 삶의 태도
김덕종은 형인 김남주 시인에게서 ‘열심히 땀 흘리고 땅을 가꾸는 농사꾼이야말로 더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농사꾼’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땀흘려 일하는 농사꾼들이 왜 못 사는가,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싶어 농민운동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김남주 시인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함께 형으로부터 영향 받아 시작한 35년간의 농민운동에서 경험한 농민운동의 역사, 농민운동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솔직히 토로한다. 과거에는 농민 집회에 10만 명 모이는 게 예사였지만 지금은 4,000~5,000명 모이기도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며, 농민운동가들의 성찰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농민운동이 걸어온 길을 다시 살펴보고, 농민운동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남쪽도 식량 자급이 안 되고, 북쪽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 통일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식량 자급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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