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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항구의 사랑

by 글쓰남 201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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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 10점
김세희 지음/민음사

“선배, 나 선배를 진짜 좋아했어.”

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아이돌, 팬픽, 그리고 여자를 사랑했던 소녀들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나의 첫사랑 이야기

김세희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이 출간되었다. 전작 『가만한 나날』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통과하는 인생의 ‘첫’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신작 『항구의 사랑』에서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순간을 선보인다. 사랑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몰랐기에 더 열렬했던 10대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다.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그 시절 그곳의 여학생들을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먼저, 아이돌이 있었다. 그들은 칼머리를 유행시켰다. 아이돌이 있었으므로, 팬픽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A군과 B군이 서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으며,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닌 모든 섹슈얼한 정보들을 배웠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웠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렬하게.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남X남 커플을 등장시켜 소설을 창작하는 팬픽 문화가 엄청난 기세로 10대 여자아이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동시에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문화가 거세게 번지던 2000년대 초반의 현상을 연구한 논문과 저서가 속속 등장하고, 그 현상을 ‘팬픽 이반’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소설은 그 시절, 목포에서 주인공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줬던 세 여자와의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칼머리를 하고 힙합바지를 입고 ‘남자처럼’ 건들거리는 어린 시절 친구 ‘인희’, 유행에 휩쓸려 레즈비언인 척하는 애들 때문에 ‘진짜 레즈비언’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친구 ‘규인’, 그리고 ‘내’가 단 한 번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자 ‘민선 선배’가 그들이다. 
스무 살이 되어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주인공은 대학교가 기이할 정도로 이성애에 대한 찬양과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며 본능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일들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영 그 시절을 묻어 두고 살 것 같던 어느 날, 별안간 찾아온 과거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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