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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by 글쓰남 201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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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10점
강인욱 지음/흐름출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빛바랜 유물 속에 깃들어 있는 진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보통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을 떠올린다. 흥미진진한 모험과 보물들이 가득한.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연대기만 잔뜩 나열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이 책에는 한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겪은 직접 체험과 그를 통해 깨닫게 된 생생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여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있고,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어지는 역사의 계보가 있으며, 우리 인류가 살아갈 미래를 향한 애정 어린 제언이 들어 있다. 과거의 유물은 단순한 화석이나 골동품을 떠나 현재의 인류를 있게 한 흔적이자 발자취인 까닭이다. 이 고고학자는 유물에 새겨진 흙을 털어내고 깨진 조각을 이어 붙여 유물이 존재했던 그 시절,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재현한다. 뼈만 남아 있는 무덤에서 꽃향기를 찾아내고, 조개껍데기를 통해 젓갈의 맛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형체만 남은 석상에서 화려했던 초원 기마민족의 색을 재현하고, 토기 바닥에 남아 있는 식물 성분을 통해 최초의 술 제조 현장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수만 년의 시대를 여행하고 있지만 전혀 피곤하지도, 지치지도 않는 이상한 여행이다. “일반시민과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젊은 고고학도들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고 새겨볼 만한 고고학 안내서”라고 이청규 한국고고학회 회장이 이 책을 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지난 30여 년간 발굴해온 세계 유적들에 얽힌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폭넓은 시각을 가진 현장 고고학자”라는 유홍준 교수의 추천평처럼 강인욱 교수는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발굴을 주도해온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고고학자이다. 이 책에는 강인욱 교수가 고고학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1990년대 벌교 조개무지의 발굴에서부터 발해 성터에서 발견된 고구려 문화를 계승한 갈색 토기, 시베리아의 움무덤에서 발굴한 자작나무로 뒤덮인 이름 없는 유해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황금인간에 이르기까지, 놀라우면서도 흥미롭고 때론 감동적이기까지 한 실제 발굴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과거의 유물 역시 눈으로만 보아서는 결코 그 진실을 알 수 없다고 강인욱 교수는 말한다. 유물에는 인류의 마음이 강하게 담겨 있으며, 그 마음을 가까이에서,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그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강인욱 교수가 발굴현장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혹은 숙소의 흐릿한 등불 아래에서 메모했던 비밀노트, 숱한 시간을 고민하며 써내려간 소중한 마음 속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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