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1 -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은행나무 |
10년에 한 작품씩,
그럼에도 독자들을 사로잡는 도나 타트의 저력
도나 타트는 대학 시절 8년을 준비한 《비밀의 계절》로 평단과 독자 모두를 사로잡으며 ‘천재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그 후 10년 만에 출간한 이 작품 《작은 친구들》로 WH 스미스상을 수상하고, 오렌지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다시 11년 만에 출간한 《황금방울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2013~2014년 베스트셀러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며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작가는 10여 년마다 한 작품씩, 데뷔 이래 단 세 작품만을 선보이면서도 늘 ‘오늘의 작가’로서 미국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다. 그녀의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서사는 찰스 디킨스, 그레이엄 그린 등에 빗대어 회자되며, ‘실제에서 약간 비껴난, 완벽히 설득력 있는 평행 세계를 만들어낸다’(<옵저버>), ‘내러티브에 대한 근원적 갈망을 해소한다’(<뉴스테이츠먼>) 등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와 같은 저력은 《작은 친구들》에서도 발휘된다. 작가는 1960~7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미국 역사의 격변기를 오롯이 재현한다. 목화 경제의 쇠퇴와 함께 무너져 내린 백인 중산층, 흑인들과 같이 목화솜을 따던 시절을 굴욕으로 아는 못 배우고 가난한 백인들, 여전히 어느 집의 잡역부와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들……. 주일에 교회에 가지 못한 가정부가 찬송가 볼륨을 크게 높일 때, 술주정뱅이가 흑인들과 자신을 같은 취급하는 것은 ‘동족의 배신’이라고 분노할 때, 우리는 도나 타트가 구축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추하고 결론 없는 세상을 처음 목격하던
어린 소녀의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성장통
작가의 세 작품 모두 인간의 삶을 비극에 이르게 하는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그 결을 달리 한다. 《비밀의 계절》 이후 10년 만에 《작은 친구들》을 선보였을 때, 또 다른 웰메이드 스릴러를 예상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그 자체로 반전을 안겼다. 《비밀의 계절》에는 극으로 치닫는 인간의 광기가, 또한 《황금방울새》에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탄식이 담겼다면, 《작은 친구들》에서는 상실로 인한 개인의 슬픔에 파고든다. 복수를 꿈꾸는 해리엇의 시선을 좇는 독자들은 어느 순간 사건의 실마리보다 평범한 가족을 가져본 적 없는 아이의 절망 어린 심정과 그 냉혹한 성장통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해리엇이 진실 앞에 놓였을 때, 우리도 다시금 이 추하고 결론 없는 세상을 처음 목격하는 것처럼 긴 여운에 시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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