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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 로카의 『집』에는 아버지와 그를 추억하는 세 형제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로 아버지가 남긴 ‘집’을 매개로 말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후 부쩍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자 자식들인 빈센트, 호세, 카를라는 아버지의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집 정리에 들어간 셋은 구석구석마다 깃든 아버지의 손길과, 어릴 적 자신들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물건들을 보며 옛 추억에 잠기게 된다. 그러면서 집을 처분하는 것이 아버지와 그들 자신의 추억을 버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들추며 예전의 자신들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란 무슨 일이든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적인 사람,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점차 지식이 쌓이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버지는 나와 생각의 결이 다른 사람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고루한 고집으로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좀 더 들어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들이 아버지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곤 한다. 그러고는 어느새 그 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야위고 축 늘어진 그분의 어깨를 발견하고는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으로 가득 찼던 집. 이 추억들은 아버지 인생의 말 없는 목격자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다시 보게 되는 추억들. 당장에라도 그 추억의 주인인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올 것만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 년 후, 아버지의 별장에 모인 세 명의 형제자매들. 집을 팔기로 결정한 그들은 집을 정리하면서 옛 추억에 잠긴다. 집을 처분하는 것이 아버지와 자신들의 추억을 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든다. 형제자매들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들추며 예전의 그들로 돌아가는데....
‘집’이란 그저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가족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이다. 그런 집을 아끼고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은 비단 건물 자체만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의 발현일 것이다. 자식들에게는 그런 아버지가 곧 집이고, 집이 곧 아버지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며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른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시아버지 혹은 장인어른까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활방식과 문화는 다르더라도 그만큼 ‘아버지’란 전 세계의 공통된 모습들이 있는 것 같다. 파코 로카만의 섬세한 표정 묘사와 배경, 간간이 유머 섞인 스토리 전개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집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 아버지의 집 - 파코 로카 지음, 강미란 옮김/우리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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