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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 여성 예술가는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by 글쓰남 2017.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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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 10점
프랜시스 보르젤로 지음, 주은정 옮김/아트북스

오랫동안 서양 미술사는 여성에게 어떤 의미나 지위도 허락하지 않았다. 미술사의 흐름에서 여성은 창조자보다는 주로 재현의 대상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여성 예술가들이 눈에 띄지 않던 시기에도 그들은 늘 존재했으며 여성 예술가들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언하고 주장했다.

1971년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은 「왜 오늘날까지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라는 글로 여성주의 미술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로부터 27년 후, 1998년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존재 자체가 1970년대 이후 활발했던 여성주의 미술사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수년간 여성의 자화상 복제본을 수집해 온 프랜시스 보르젤로는 어느 날 자신의 서랍에서 100여 점이 넘는 자화상 이미지를 정리하면서 시대별 특징을 발견했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지은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격변하는 사회 과정 속 여성의 위치를 생각하게끔 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나의 놀라움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많은 수의 자화상이 있다는 데 놀랐고, 그 다양성에 놀랐다. 소심함뿐 아니라 독창성에도 놀랐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화상은 내 눈으로 목격한 증거, 즉 여성의 자화상은 남성의 자화상과 다르며, 부족한 교육과 미온적인 지원을 이야기해온 전통적인 여성의 역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초판 출간 당시 이 책의 서평을 실은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는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여성 미술가들이 오늘날 의도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홍보 전문가만큼, 때로는 오히려 그보다 더 뛰어난 넉살을 보여준다”라며 여성 자화상의 매력을 격찬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한국어판은 2016년 영국에서 출간된 개정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 사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지은이는 오늘날 ‘셀카’ 시대의 여성 자화상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캔버스에 작업 중인 미술가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자화상 형태부터 자전적인 요소가 담긴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대에 걸친 여성의 자화상을 소개한다.

여성 미술가들이 남긴 자화상에 초점을 맞춘 지은이는 여성의 초상이 시대와 대응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한편으로 여성의 자화상을 독자적인 장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즉, 여성 미술가들이 자신의 흔적을 작품에 어떠한 방식으로 남겼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으며, 사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자화상에 어떻게 개입시켰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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