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런스 -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뮤진트리 |
과학을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질문이다.
최첨단에 서고 싶다면, 대답은 잊고 질문에 매달려라.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만큼 정확한 것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알지 못하는 것’ 즉 ‘무지’를 주제로 과학 수업을 이끄는 현직 대학 교수이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주제로 강의를 하게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초청받은 과학자들 대부분이 그 수업을 기꺼이 맡아 즐겁게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수업을 토대로, ‘무지’가 어떻게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지를 탐색한 책이다.
의도적으로 짧게 썼다는 이 책에서 저자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렇다. 과학이 어떻게 무지의 성장에 힘입어 앞으로 나아가는지 설명하고, 과학은 순전히 사실들의 축적이라는 통념을 바로잡고, 우리가 빼곡하게 적힌 텍스트와 장황한 강의를 소화하느라 허덕이지 않고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위대한 모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과학이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하게 적법한 방법이라고 찬양하지는 않는다. 과학 없이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문화들이 물론 많지만, 우리처럼 과학이 정교하게 발달한 문화에서 과학을 외면하고 사는 것은 경제나 법에 대해 모른 채로 사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학에 관한 한,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어스타인에 따르면 지식은 거대한 주제이지만 무지는 이보다 더 거대한 주제다. 그리고 과학의 엔진은 지식이 아니라 바로 무지다.
“과학은 무지를 만들고, 무지는 과학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무지의 품질을 재는 척도가 있다. 우리는 과학이 규정하는 무지를 통해 과학의 가치를 판단한다. 무지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고, 온순할 수도 도전적일 수도 있다. 무지에 대해 상세하게 생각할 수 있다. 과학을 행하거나 이해하는 데 성공하려면 무지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이 아닌 무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엄청나게 많은 과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실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_ 99p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확실하고 신중하고 단계별로 마련된 방법에 따라 뭔가를 찾고 행하는 활동이라고 오해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파이어스타인은 과학은 캄캄한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것과 비슷할 때가 많고, 고양이가 방 안에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학의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우발적이어서 어두운 방에서 여기저기 더듬으며 유령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아침 일찍 실험실로 이끌고 밤늦도록 그곳에 붙잡아두는 것, 그들을 재촉하는 과학의 추진력은 이렇게 ‘알지 못하는 것’, 까다로운 질문이나 설명되지 않은 자료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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