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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by 글쓰남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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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 10점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는 솔닛의 ‘희망 3부작’으로 불리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둠 속의 희망』을 잇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뉴욕 타임스』가 세계의 진보 운동을 대표하는 “저항의 목소리”라고 칭한 솔닛의 사회운동가적 면모가 특히 돋보인다. 솔닛은 이 책에서 여성혐오, 기후변화, 국가폭력, 민주주의 등 다양한 범주의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내며, 지역과 운동의 역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정치적 세계와 사적인 세계, 지성의 세계와 일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읽는 이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1부에서는 미투 운동,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혐오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민주주의를 손상시키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투표권 박탈을 논한다.

2부에서는 현대 정치 지형의 밑바탕에 깔린 신념, 감정, 태도, 망각을 다룬다. 우파의 개인주의가 사회라는 결합체를 간과함으로써 시장 지상주의를 존속시키고, 극단적 허무주의까지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월가 점거 운동 등의 성과를 논하며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를 단언하고 냉소하는 것이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힘으로 여겨지는 ‘분노’라는 감정이 때로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눈멀게 한다고 지적하며, 서로 다른 정치 진영을 향한 분노를 넘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의 교유와 연대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기후변화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지구적 규모의 폭력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송유관 반대 운동의 승리를 통해 패배하는 싸움이라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고, 경찰의 시민 살해와 노숙인 문제를 연결해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끝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을 보인다. 서부시대 캘리포니아 개척의 역사를 현대의 이민자와 국경 문제로 이어내고, 남부연합과 노예제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도시의 동상, 건물, 거리 이름 등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사유함으로써 역사를 끊임없이 재의미화할 필요성을 환기하는 글에서는 솔닛의 역사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4부에는 모교인 UC 버클리 저널리즘 대학원 졸업식에서 전한 축사가 수록되어 있으며, 역사 속의 변혁적 순간들을 톺아봄으로써 절망과 냉소를 몰아내고, 희망을 불어넣는 글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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