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비평 119호 - 역사문제연구소 지음/역사비평사 |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 시민사회의 힘과 요구는 어떻게 모아지고 배신당했나
2017년 『역사비평』 여름호의 특집은 ‘87년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편집위원회가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념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정한 주제다. 다양한 매체에서 87년체제를 논의할 것이고, 그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학회와 조직에서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역사비평』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비평』의 선택은 1987년의 상황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봄으로써 87년체제의 문제를 그 출발점으로부터 찾고자 한 것이다. 87년체제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 출발에서 문제를 찾는 시도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87년체제의 출발점을 그대로 분석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논쟁을 시도했다. 87년체제의 출발, 그리고 개정된 헌법에 대한 평가를 의제로 삼았다. 역사학(박태균)과 정치학(강원택)의 관점에서 글을 쓰고, 이에 대해서 역사학, 정치학, 문학 전공자가 토론하는 좌담의 형식을 도입했다.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폭발했던 시민사회의 ‘힘과 요구’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이름으로 헌법에 반영되었지만, 여야 정치지도자들만의 밀실협의, 정치협상 과정에서 시민은 배제되고 말았다.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담보했던 87년 헌법은 30년의 세월 동안 한국 사회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다. 이제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지식인→학생’의 간첩사건 조작의 원형을 찾아서
― 50년 후 돌아보는 동백림 사건
올해로 동백림 사건이 50주년을 맞는다. 젊은 세대들은 ‘동백림’이라고 하면 ‘무슨 숲 이름인가?’ 생각하겠지만, 동베를린을 부르는 한자식 이름이다. 냉전시대 동독 지역에 위치했던 베를린은 동과 서로 나뉘어 있었고, 동과 서를 구분하는 장벽을 넘다가 비극을 맞이한 동베를린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냉전시대 북한은 동독과 유난히 가까웠고, 서독에 거주하던 교포들 중에는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과 접촉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대다수는 분단으로 인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었던 분들이다. 독일 교포들 중 일부가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의 기관원들을 접촉하고 북한에 다녀오기도 한 일이 밝혀지자 이들을 간첩혐의로 체포한 것이 바로 동백림 사건이었다.
동백림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과 역사적 의미, 논란의 쟁점을 정리한 글(오제연), 동백림 사건을 전후한 시기 한국과 독일의 경제협력 관계에 대한 글(이정민), 그리고 동백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회적 담론에 대한 글(임유경)까지 세 편을 기획에 담았다. 세 글 모두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사회적 담론에 대한 글은 문학 전공자가 쓴 글인 만큼 당시의 상황과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들이 경험했던 1960년대와 유신시대를 다시 회고하게끔 해준다. 분단시대의 비극이 한반도라는 경계를 넘어 진행되었던 동백림 사건을 보면서, 최근에 무죄로 재판결이 있었던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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