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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엄마는 해녀입니다

by 글쓰남 2017.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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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해녀입니다 - 10점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난다

난다에서 아주 특별한 그림책 한 권을 선보입니다. 앞으로도 가히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싶은 기획 속에 선을 보이게 된 건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책입니다. 엄마와 해녀. 참으로 한국적이다 싶은 두 단어의 조합 속 한 문장의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그러니까 엄마 얘기가 맞고 해녀 이야기도 맞는 그런 책.


어느 하루, 해녀 중에서도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제주 우도 해녀들의 삶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물숨]의 고희영 감독을 만났습니다. 해녀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싶은데 그 글이 완성이 되면 그림은 세계적인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이 그려주기로 했다면서 말이지요. 

한국에서 아주 놀라운 인기를 자랑하는 에바 알머슨이 어떻게 해녀를 알았을까. 우연히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집어든 잡지를 통해 해녀를 보게 되었다는 에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제주도에 가서 해녀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에바. 그러다 2016년 5월 제주도의 한 바닷가에서 해녀들의 물질 장면을 보게 되었고, 그 그림들이 제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 한데 실리면서 에바와 고희영 감독의 인연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상하이에서 에바가 보았던 해녀 사진을 촬영한 김형선 작가까지 합류하여 제주도의 우도로 여행을 떠났던 바, 그곳에서 그들 모두 해녀들의 작업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고 해녀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족이라는 일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에바가 해녀들의 이야기에 그림을 입힐 수 있던 데는 이런 직접적인 수혈 과정이 진즉에 이뤄졌던 연유에 기인하겠지요.



제주 출신인 고희영 감독이 처음으로 쓴 동화는 아름다웠습니다. 해녀 삼대의 이야기가 개연성 있는 서사 속에 한 편의 시처럼 매 페이지마다 울렁거렸고, 아이의 관점에서 펼쳐진 시점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교훈이나 메시지의 그 어떤 강요로부터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해녀 할머니와 해녀 엄마를 늘 바라보고 기다리는 아이는 어쩌면 해녀를 알고 해녀를 본 적 있지만 해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게 닮은 듯했습니다. 등장인물이 어린 아이지만 읽는 누구나 그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너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데 동의가 되는 까닭이기도 할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바다인데 매일같이 그 바다로 나가는 엄마. 바닷속에서 숨 참기는 기본이고 물고기며 전복이며 미역이며 문어 등등을 잘도 건져올리던 엄마. “우리들은 내내 숨을 참았다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몰아 내쉬지. 호오이~ 호오이~ 그럼 이런 소리가 난단다. 그걸 숨비소리라고 한단다.” 숨비소리는 엄마가 살아 있다는 소리구나. 그러나 젊은 날 지긋지긋한 바다가 싫어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미용실에 다녔던 엄마. 그러나 도시 속 소음에 지쳐 몸이 아팠다는 엄마. 

다시금 바다가 그리워 파도를 맞으러 제주에 온 엄마. 그렇게 해녀로 돌아온 엄마. 그런데 하루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엄마. 더 깊은 바닷속 전복을 주우려다 그만 숨을 놓칠 뻔한 엄마. 그런 엄마를 끌어올린 할머니의 말.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 되어 있단다. 물숨은 우리를 죽음으로 데려간단다.” 보다 좋은 장비로 보다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음에도 물갈퀴며 큰눈이며 돌허리띠며 빗창이며 테왁과 그물을 챙기는 해녀 엄마들. 바다밭에 전복 씨도 뿌리고 소라 씨도 뿌리는데 절대로 아기 전복이나 아기 소라는 잡지 않는다는 해녀 엄마들. “해산물을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는 싹 다 치운단다. 바다밭을 저마다의 꽃밭처럼 아름답게 가꾼단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란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하는 그런 이야기.


고희영 감독의 글에 에바 알머슨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특별히 [물숨]의 더빙을 맡았던 전 SBS 안현모 기자가 글의 번역을 맡아주었습니다. 의성어 의태어뿐 아니라 한국만의 특별한 정서 전달에 있어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줘서 둘의 합작이 보다 큰 에너지를 발휘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책의 뒤편에 영어 번역본을 수록하였습니다.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한 관심으로 ‘해녀’가 집중 조명되고 있는 까닭에 학술적인 텍스트가 아닌 문학적인 텍스트로 그 이해적인 측면에 약소하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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