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약간의 변화

아주 약간의 변화 - 김래현 지음/유어마인드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머리 묶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김래현의 장편 데뷔작 <아주 약간의 변화>는 이야기와 함께 열두 가지 머리 묶는 법을 소개하는 만화다. 여름부터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짧은 머리를 우연한 계기로 점차 기르면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생활, 관계,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머리 묶기를 보여준다. 허구의 이야기 사이사이 실용적인 머리 묶기를 단계별로 안내하고,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다시 주인공의 대화와 하루를 바꿔나간다.

생활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담아내는 만화가

김래현 작가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인물들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간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오래 기억하여 만화 속에 세심하게 그려 넣는다. 독자는 매화마다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극장에서, 주점에서, 명절에 찾은 집에서, 여행지에서, 그리고 자신의 공간에서 어떤 흐름과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따라 볼 수 있다. <아주 약간의 변화>는 2016년 여름부터 1년여에 걸쳐 그린 열두 가지 에피소드를 모은 것으로 처음부터 출판 만화로 기획되어 좌우 페이지의 컷 연출과 스크린 톤의 활용 등, 한 권을 그리는 일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미묘하게 연결되는 에피소드

동떨어져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주인공과 머리 묶기를 중심으로 서로 조금씩 연결된다. 먼저 등장한 사물, 인물, 장치가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발견하는 재미를 더한다. 그 연결은 매우 간단하고 가벼운 것이지만 주인공의 삶에 활력을 주거나 중요한 비유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겨울 바다 여행으로 시작하는 후반부에서 머리 묶기가 복잡해지듯 에피소드 간의 결속도 강해져 좋은 힘을 발휘한다. 이 만화 <아주 약간의 변화>를 따라 읽거나 머리를 따라 묶거나, 어느 쪽이든 독자 역시 아주 약간의 변화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