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뽈리꾸쉬까 l 똘스또이 클래식

by 글쓰남 2017. 9. 20.
반응형
뽈리꾸쉬까 - 10점
레프 톨스토이 지음, 김윤희 옮김/뿌쉬낀하우스

-고골의 『외투』에 대한 오마주

"우리는 고골의 『외투』로부터 나왔다"는 도스또옙스끼의 말에 등장하는 러시아의 대표 단편소설 『외투』처럼 인간의 심리, 삶의 부조리, 비극이 뒤얽힌 똘스또이의 작품이 바로 『뽈리꾸쉬까』이다.

『외투』를 보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고단한 삶과 애정이 체화된 '외투'는 오랜 기다림 끝에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되지만 바로 그날 넵스끼 거리에서 강도를 당하고 만다. 망연자실한 고골의 주인공은 심한 열병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게 되고, 급기야 유령이 되어 강도에게 복수를 행한다. 


똘스또이의 『뽈리꾸쉬까』는 『외투』의 오마주인 양 변주된다. 뽈리께이(뽈리꾸쉬까는 뽈리께이의 애칭)는 도벽이 있어 평판이 안 좋은 데다가 마의지만 의술은 전혀 없는 자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여지주만은 그를 인정하여 그의 명예를 회복할 만한 중대한 일을 맡기는데, 이것은 1500루블을 받아 오는 것이다.(당시 소 한 마리의 가격이 6루블 정도 하였으니 그 액수를 가늠할 만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며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모자에 넣어 온 돈이 분실되고 만다. 결국 돈을 찾지 못한 주인공은 목을 매어 자살한다. 뽈리께이는 돈을 주운 두뜰로프 노인에게 환영으로 나타나고, 무언가 깨달은 노인은 그 돈으로 징집된 조카의 대리병을 구한다.



고골의 『외투』와 똘스또이의 『뽈리꾸쉬까』는 '자연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삶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염원하던 것을 분실한 후의 죽음, 죽은 후 망령이 된 주인공의 모습 등이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똘스또이는 주인공 뽈리께이의 죽음 후 벌어지는 두뜰로프와 대리병의 모습을 통해 돈으로 상징되는 탐욕의 변주를 보여 준다. 


- 농노제와 징병제에 대한 사회 비판을 담은 소설

사건의 발단은 한 마을에 할당된 징병 군인 3명을 차출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19세기 러시아의 군대는 의무제가 아니라 마을마다 할당된 인원을 자율적으로 차출하여 보내는 형태였다. 따라서 자식이 많은 가정이 우선적으로 그 대상이 되었다. 이 마을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은 뽈리께이를 보내려는 여론이 있었으나 모두가 불신하는 그를 여지주가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사건은 뽈리께이와 두뜰로프를 두 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뽈리께이의 성실함을 증명하기 위해 여지주는 그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돈을 잃어버려 그 신뢰를 저버렸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목숨을 끊게 되는 이야기가 한 축이다. 한편 뽈리께이를 군대에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제비뽑기로 두뜰로프의 조카 일리야가 징병 대상이 되고, 뽈리께이가 버린 돈을 두뜰로프가 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이다. 



이 작품의 사회적 문제제기는 여지주와 집사를 통해 보여주는 농노제의 단면과 돈으로 대리

병을 살 수 있다는 징병제의 폐해이다. 당대의 징병제는 돈이 있는 사람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아도 되며 따라서 가난한 농노의 자식들만 군대에 가야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농노제와 무관하지 않다. 


똘스또이가 사회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는 것에는 어폐가 있으나 그러한 비판적 목소리가 암암리에 숨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대지주의 자식으로 태어난 똘스또이는 항상 농노의 삶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들의 자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를 세우는 등 농민, 농노의 삶을 위해 헌신했다.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는 똘스또이가 차후 일관되게 주장한 바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똘스또이의 작품과 사상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