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 화사 외 42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궁리 |
페미니스트가 되고,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싸우고, 곧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에 차 있다가도, 나를 둘러싼 상황을 돌아보곤 한숨 쉬게 되는 것.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이런 일의 반복이다. ‘차라리 페미니즘을 몰랐다면’이라는 가정을 괜히 해보기도 하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 땅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젖꼭지는 보이면 안 돼? 젖꼭지는 핑크색이어야 한다고? 지긋지긋한 젖꼭지 참견에 한마디하고 싶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갔다. 그 옆을 지나가던 한 남성, “꼴페미들이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100:64, 하루 노동 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오후 3시부터 여성들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는 얘기를 SNS에 올리자 어김없이 “여자는 능력 없고 일을 적게 해서 돈을 덜 받는 것”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명절, 여자들이 며칠 동안 청소하고 장보고 음식해서 상 차려놓으면 남자들이 술 따르고 절하며 조상 모신다고 생색내는 날.” “오빠와 남동생에게는 없는 통금과 외박금지, 나에겐 있다. 각 가정에서 자기 아들 간수만 잘하셔도 밤에 여자가 위험해질 일은 없습니다.” “도로에서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을 보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김여사네~’라고 했다. 그 찰나에 여잔지 남잔지 어떻게 알았을까?”
다 옛날 일 아닌가 싶은 이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2017년 한국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 경험이다. 1999년 한국여성민우회는 ‘나의 여성 차별 드러내기’라는 캠페인을 통해 일상 속의 성차별 사례 2,050건을 모았다. 그 당시 가장 많이 나온 사례가 무엇인지 분석한 결과, 1위는 명절, 제사상의 성차별, 2위는 양육 상의 성차별, 4위는 도로 상의 성차별이 차지했다. 1999년과 2017년, 19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가부장제와 성차별은 흔들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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