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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붉은 선 -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

by 글쓰남 201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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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 - 10점
홍승희 지음/글항아리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고 흐물흐물한 것들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홍승희는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젊은 예술가다. 한겨레에 오피니언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오마이뉴스에 여자교도소 르포를 썼다. 작업실을 겸하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강아지 커리와 바닷가에 나가서 뛰어놀고, 가끔은 거리로 나가 예술행동을 한다. 일대일 독점연애에서 벗어나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꿈꾸는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비혼주의자인 그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비혼예술퀴어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을 펴냈다. 


『붉은 선: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다. 임신중절 경험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데이트 폭력, 데이트 강간, 첫 경험, 첫 자위, 첫 오르가슴, 성폭력, 성추행, 성노동, 폴리아모리, 비혼, 비출산 등 사적인 것으로 탈락되어온 이야기를 쓰고 또 썼다.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보이는 경험이 발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붉은 선’을 인식하게 해주고, 이를 넘어설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붉은 선’은 사회가,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억압·낙인이자 임신테스트기의 붉은 선 두 줄이다. 임신중절수술 후 잠수를 타버린 애인, 그녀의 과거를 까발리겠다고 협박하는 전 애인들…… 그녀는 그녀를 억압하는 붉은 선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그동안 참아왔던 ‘몸’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성인 저자가 임신중절수술부터 성노동 경험까지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것은 붉은 선을 넘는 일이었다.


그녀의 글은 투쟁적이고 뾰족하다. 다른 한편 거기서는 차분하고 내재된 슬픔이 묻어난다. 이는 스스로를 독방에 가둬야 했던, 그 어두웠던 창고에서 나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그녀와 같은 일을 겪고 있을 10대들에게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언니와 같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계속해서 같이 나아갈 힘을 주는, 모든 ‘엄마들’에게는 여성으로서 지나온 섹슈얼리티를 돌아보게 하고 ‘막’ 살기를 응원하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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