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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모멸의 조선사 - 지배 권력에 맞선 백성의 열 가지 얼굴

by 글쓰남 2017.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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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의 조선사 - 10점
조윤민 지음/글항아리

지난 20여 년 TV 역사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활약해온 조윤민 작가가 야심차게 시도하고 있는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4부작 중 두 번째 책으로 『모멸의 조선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조선 양반층의 지배 전략과 통치에 대응한 백성의 다양한 반응 및 그 결과를 살핀다는 측면에서 2016년에 출간된 시리즈의 첫 작품 『두 얼굴의 조선사』(글항아리)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조선시대 관련 책에서 조선 지배 세력의 통치법이나 백성의 생활상을 분리시켜 각각을 다룬 책은 많지만 이 양자의 관계 양상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자 시도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정면으로 겨눈다. 특히 양반 관료층의 지배 전략과 통치에 대응해나간 조선 백성의 반응을 계층과 직업 별로 자세히 살피고 있다. 지배 전략을 매개로 관료 세력과 백성이 형성하는 관계 양상을 파악하고, 조선이라는 사회가 이러한 상호적인 힘의 작용에 의해 유지됐음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서 『모멸의 조선사』에서는 조선 백성을 직업과 역할에 따라 농부·어부·장인·광부·상인·도시노동자·광대·기생·백정·노비 등 열 부류로 나누었다. 조선을 상층부의 힘을 제도와 이념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응해나간 각 부류 백성의 반응을 순종과 적응, 선망과 상승, 기피와 저항이라는 세 가지 틀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통치와 정책 실행에 따른 백성의 다양한 세상살이와 생존법을 살필 수 있다. 



가령 농부와 어부를 다룬 책의 앞부분에서는 농본 정책과 민본 정책의 실상을 노동력과 재정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사회 유지와 발전에서 이들이 한 역할과 그에 따른 고통이 무엇이었는지를 드러냈다. 장인과 광부 장에서는 수공업과 광업 정책의 특징을 알아보고, 백성이 수공업과 광업을 생계로 삼고 이를 자신들 삶의 한 양식으로 형성해나간 추이를 살폈다. 상인 장에서는 상업 종사자들이 국가의 상업 정책에 대응해 어떻게 상업 발전을 이끌었는지에 주목했다. 도시노동자의 경우는 농민에서 도시빈민층으로, 다시 이들이 고용노동자로 전환되는 과정에 강조점을 두었다. 광대와 기생, 백정, 노비는 천민과 신량역천 계층의 대표 격으로 다루었다. 조선사회에서 이들이 가진 역할을 지배 세력과의 관계에서 다각도로 검토했고 이들이 처한 생활상의 어려움과 하층 신분으로서의 고통을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국가라는 한 사회의 현실과 미래는 특정 계층의 일방적인 행위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통치 계층의 정책과 제도, 이에 대응한 피지배층의 일과 생산이라는 양자의 힘이 맺는 관계 양상에 따라 한 사회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앞날 또한 결정된다는 사실을 조선 역사의 사례를 통해 전한다. 빛과 함께 어둠을 함께 조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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