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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자기합리화의 힘 - 나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

by 글쓰남 2017.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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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의 힘 - 10점
이승민 지음/위즈덤하우스

한가로운 봄날 벤치에 앉아 있는데 벌이 날아든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경우에 따라 손을 휘휘 내저어 벌을 쫓거나 혹 자극할까 싶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것이다. 그러나 일단 벌이 나타나는 순간에 대상을 막론하고 반드시 행하는 동작이 있다. 바로 눈을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등의 무의식적 반사행동이다. 우리 몸에는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벌이 날아드는 순간 눈을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크게 다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본 경험이 우리 DNA에는 저장되어 있다. 벌에 물릴까 몸을 움츠리는 행동이 비겁한 행동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에 부치는 의무와 숨 막히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영혼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비난과 책망으로 생채기난다.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우리는 그 많은 화살들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낸다. 견디는 것이, 아픈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월급과 행복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모두는 우리에게 이겨내라고 말한다. 《자기합리화의 힘: 나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위즈덤하우스 刊)는 그간 부도덕한 자기변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합리화의 쓸모를 이야기한다. 적당한 수준의 장애물 앞에서 변명하는 것은 부도덕한 합리화일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무조건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



 ‘여우와 신포도’의 우화에서 볼 수 있듯이, 합리화란 너무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따먹는 일처럼 애당초 실패하고 낙심하기 쉬운 상황을 납득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석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 멍청이야, 내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건이 더 좋았다면 해낼 수 있었을 텐데, 해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좋았으리라고 볼 수도 없고’ 생각하는 쪽이 당장의 기분은 물론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도 좋은 정서적 토양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책은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내 잘못일 수 없는 것처럼, 합리화는 나를 위한 합당한 보호막이자 방패이며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치유의 방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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