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 -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신예경 옮김/글항아리 |
이 책은 미국의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실천해온 ‘책임 있는 자본주의’의 투쟁사다. 그와 동시에 반트럼프 선언이며, 미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낸 인터뷰이기도 하다. 하버드 법대 교수 출신인 워런은 2020년 차기 민주당 대권 후보로 점쳐지고 있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민주적 날개’로서 힐러리의 ‘외부적 양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을 발의해 불평등 이슈에 새로운 관점을 더하고 있다. 싸움의 근육질로 단련된 그녀는 전작 『싸울 기회』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이 쓰인 시점은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다. 좌절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기 전, 그녀는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위해 머뭇거림 없이 결의를 다진다.
이 책에 실린 몰락한 중산층을 대표하는 세 인물의 증언은 긴 터널에 진입해 빠져나올 희망이 별로 없는 회색빛 목소리다. 워런은 이 세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어린 시절 가난이 안기는 좌절을 알았던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오버랩시킨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쪽은 아버지가 아닌 엄마였다. 엄마는 백화점 전화상담원으로서 최저임금만 받고 근무했던 터라 어린 워런은 생의 비참함 속에서 삶의 의욕이 꺾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 가족은 근근이 먹고살 만했고, 워런은 대학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것은 사실 미국이란 사회가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인데, 1970년대만 해도 소득 성장의 70퍼센트 정도가 소득 하위 9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은 메스로 잘라내듯 말끔히 도려내졌다. 이제 미국에 중산층은 없으며 한줌에 가까운 그 계층으로 편입할 기회는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지금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되는 첫 세대가 되었다.
이 책엔 파산법 전문가인 워런이 그동안 수행해온 중산층 연구, 정치가로서의 신념과 행보, 개인적인 생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8년부터 심화된 경제위기와 불평등 문제, 중산층의 몰락, 세대간 소득 격차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는 정책 역시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든다. 워런이 이 책에서 미 국민에게 “지금이 바로 싸울 시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호소력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이 세계화된 현시점에서 어떤 국민이라도 불평등의 덫을 잘 피해가기란 힘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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