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손때 묻은 나의 부엌

by 글쓰남 2018. 12. 2.
반응형
손때 묻은 나의 부엌 - 10점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바다출판사

손때 묻은 물건은

살림의 문진, 인생의 닻이 된다


물욕이 많은 저자지만 무조건 물건을 사 모으는 것은 아니다. ‘살림의 닻’이라고 말하는 양철 쌀통은 자신의 주방을 가진 후 계속 써오고 있는 물건이다. 자신의 손에 맞지 않는 일본의 전통 주방용품인 대나무 소쿠리와 가메노코 수세미는 과감히 버리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전자레인지를 버리고 찜통으로 음식을 데우고, 전기 주전자 대신 무거운 무쇠 주전자를 들인다. 물때가 잘 끼기까지 길들이는 시간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길이 잘 들어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 무쇠 주전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물맛을 선물해준다. 


나는 구태여 옛날 주방용품을 고집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구나 반성했다. 지금은 일본인의 살림살이와 주거 형태 전부 꽤 변했기 때문에, 현재 내 살림에 무리 없이 잘 맞는 물건을 천천히 찾아가는 편이 낫다. 옛날 것이라고 뭐든 좋을 리가 없다. [불쾌한 느낌_알루미늄 채반]


히라마쓰 요코는 물건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본인만의 감각으로 그 필요성을 증명해 보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물욕이 나쁜 것이냐고 묻는 듯하다. 미니멀리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아니냐고. 누구에게나 가지고 싶은 것, 내게 잘 어울리는 것, 오래 썼기에 자연스럽게 손에 익은 물건이 있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은 내가 길들여 익숙하게 잘 쓰는 물건의 소중함, 갖고 싶은 물건을 알맞게 잘 사용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