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민음사 |
“소년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악몽을 꾸지만
소녀들은 모두 같은 악몽을 꾼다.”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고딕 소설의 대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작 『흉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좀비』, 『그들』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오츠의 이번 작품은, 여성 작가로서의 문제의식과 고딕 호러라는 장르적 요소가 만나 전 세계 여성 독자들의 뇌리에 새겨질 걸작으로 탄생했다.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아픈 강아지 비비,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형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 단편집은, 폭력과 부조리 속에 은폐된 욕망을 전율하는 공포로 형상화했다.
두 소녀가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진 흉가에 들어간 후 벌어진 일들을 담은 「흉가」, 어느 날 처녀성을 잃기로 결심한 작가와 잘생긴 광대의 하룻밤을 그린 「빙고의 왕」, 낯선 남자로부터 모델 의뢰를 받는 이야기 「모델」, 형의 폭력에 짓눌려 성장한 남자가 형수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부의 저택을 방문하는 이야기 「예감」, 그리고 고딕 호러의 고전 격인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바탕으로 유령이 된 가정교사를 상상하여 각색한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 등 열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모든 여성들의 영혼에 뿌리내린, 공포의 씨앗
/내가 새색시였을 시절, 행복할 때면 낯빛이 발그레해지고 눈이 반짝거려서 거의 예뻐 보이기까지 했던 시절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남편과 함께 차를 몰고 시골 지역으로 나들이를 나갔는데 그가 섹스하고 싶어 했고, 비록 쑥스러워서 허둥거리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로 하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알았고, 그래서 스타킹에 하이힐 바람으로 옥수수 밭에 뛰어들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결코 되지 못할 여자를 연기하고 있었다. 가령 메리 루 시스킨이라든지 (…) -「흉가」 중에서/
『흉가』는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작이다. 고딕 소설의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롭고 기괴한 분위기에, 여성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에 천착한 예리한 필력은 동시대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표제작 「흉가」는 어른이 된 ‘나’가 어릴 적 친구였던 메리 루 시스킨을 회상하며 전개된다.
‘나’와 쌍둥이 자매처럼 붙어 다니던 메리 루는 나와 달리 매우 예뻤다.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은, 남자 상급생들에게 캣 콜링을 당할 때면 의심 없이 확실해졌다. 그런 메리 루를 ‘나’는 걱정했고, 또한 질투했다. ‘나’와 메리 루는 방과 후 ‘출입 금지’ 팻말이 세워진 흉가들을 몰래 탐험하는 놀이를 즐겼는데, 어느 날 홀로 흉가에 들렀던 ‘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 열세 살 우정의 미묘한 어긋남, 그리고 메리 루의 집요한 호기심은 그들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간다.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아픈 강아지 비비,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형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집 『흉가』는 사이코패스 주인공 없이도 여성 독자들의 공포를 자극한다. 꿈에서조차 간접적인 은유를 통해서만 드러났던 콤플렉스와 굴절된 욕망들……. 폭력과 부조리 속에 은폐된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비밀처럼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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