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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빈곤 과정 -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

by 글쓰남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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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과정 - 10점
조문영 지음/글항아리

저자가 빈곤을 인류학 연구 주제로 삼은 건 (지금까지도 많은 이가 찾아 읽는) 석사논문 「빈민지역에서 ‘가난’과 ‘복지’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2001년부터다. 그러나 그 관심의 시작은 어쩌면 이 글의 계기가 된 1990년대 중반 대학생 시절 재개발 지역에서의 공부방 활동으로, 혹은 그보다 오래전인 1980년대 중반 국민학생 시절 철거 현장을 목격한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도 모른다. 그는 빈곤 문제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인식하게 된 때를 자문하며 어렴풋한 장면 하나를 떠올린다.

김포공항 근처에서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다. 급우들이 1000원씩 모아 문집을 만들기로 했는데, 방학이 되어도 돈이 다 걷히지 않았다. 수금을 빙자해서 몇몇 친구가 사는 목동을 찾았다. 버스를 타고 목동 오거리에서 내려 얼마쯤 걸었을까. 매캐한 먼지 사이로 아수라가 펼쳐졌다. 분진에 뒤덮인 소쿠리, 골목에 나뒹구는 냄비, 아이의 울음, 엄마의 통곡, 철거반원의 욕설이 뒤엉킨 그날의 경관은 뿌연 잔해로, 선명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15-16)

민주화운동, 빈민운동사에서 ‘목동 철거반대 투쟁’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 양쯔강 싼샤에서 마주한 농민들은 그에게 비슷한 감각을 안긴다. “흐리멍덩한 몰골로 잠만 자던 사람들이 사뭇 진지하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풍경을 탐”하느라 “인류학의 언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밝은 빛, 높은 첨탑, 기계 소리, 몸의 흥분과 들썩거림.” 당시의 광경을 묘사하며 저자는 오랫동안 떨치지 못한 그 감각을 좀더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해낸다.

돌이켜보면, 나를 인류학의 세계로 이끈 것은 머나먼 지역에 대한 관심도, 인류 보편의 법칙을 발견하겠다는 야심도 아니고, 타자의 행위가 나의 분류 체계를 흔드는 경험이었다.(376)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며 그가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긴장’이다. 복수複數의 세계에서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를 제대로 대면할 때 발생하는 긴장―저자는 이때를 ‘인류학적 순간’이라고 여기는 듯이 계속해서 긴장한 자세를 견지하고, 긴장되는 구도를 발견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조건을 마련하려 한다. 고루하고 부조리하고 꺼림칙한 기존 논의와 불화하며 배치된 것을 재배치하고 분류를 해체하며 낙인을 헤집어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동안 인류학자인 그는 “초연한 관찰자로 남기보다는 참여자-연루자”로서 감각을 벼리기를 소망한다. 그 세계가 자기 자신일 때조차.
인류학이라는 특이한 학문 속에서 빈곤과 빈민을 의제로 삼아온 지 20년이 넘었고, 2012년부터 학부에서 강의 중인 〈빈곤의 인류학〉 수업도 어느덧 10년을 맞이했다. 노동, 분배, 복지, 이주, 철거, 쪽방촌, 홈리스, 청년, 운동, 기후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경유하며 동시대의 빈곤을 의제화하는 동안 기본소득, 페미니즘 리부트, 펜데믹,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비롯한 현실과 학문의 다양한 이슈도 계속해서 이 오랜 빈곤 감각과 사유에 반영되어왔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이 “누더기 조각보처럼 보일까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그는 다시 한번 이 판을 긴장의 장으로 만든다.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앞으로도 미완성으로 남을) 이 조각보는 다른 시기에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질문 아래 수행된 연구를 우리 시대 빈곤에 관한 사유를 확장하는 마중물로 재배치하는 시도”라면서 「서문」을 연 이 책은, “여전히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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