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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달이 부서진 밤

by 글쓰남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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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 정명섭 작가가 ‘좀비 능력자’로 출연했을 때 어떤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또 어떤 독자들은 갸우뚱했다. 좀비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국내외 작품뿐만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좀비와 맞닥뜨렸을 때 주의할 점’과 같이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쏟아낸 작가는 사실 영화 [부산행], [월드워 Z]에서 홍보 패널로 활약하는 등 관련 이슈마다 절대 빠지지 않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좀비물 전문가다. 장르문학계에서는 드물게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역사 추리소설, 역사 인문서, 장편 창작동화 등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한편, 집필 외에도 강사, 답사가로 출판계는 물론 방송, 학회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 중인 정명섭 작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에 집중하여 오랜 준비 끝에 본격 괴이 시대극을 표방한 장편소설 《달이 부서진 밤》을 내놓았다. 가상 역사와 좀비물의 결합이라는 시도는 두 영역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길을 닦아온 작가의 어쩌면 필연적인 결실이다. 

달이 부서진 밤 - 10점
정명섭 지음/시공사

사실 좀비라고 명확하게 지칭되지 않을 뿐, 부두교의 가사 상태 노예를 비롯한 모든 문화권에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산 사람 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설화가 존재한다. 작가는 조선의 학자성현이 민간 풍속과 문화 전반을 정리하여 집필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좀비와 비슷한 존재에서 영감을 받아 본작을 구상했다고 한다. 또한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배치하여 극의 사실감을 더하는 한편,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고구려와 그 멸망을 좀비물 전문가답게 장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빌딩 숲이 아닌 계곡 속 버려진 초가집에서 양복 대신 도포를 입고 총과 폭탄이 아닌 칼과 활로 ‘살아 있는 시체들’과 맞서 싸우는 《달이 부서진 밤》 속 상황은 장르적 재미를 주면서도, 다수 영상물의 성공으로 대중적으로도 익숙한 좀비라는 소재를 보다 신선하게 느끼도록 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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