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만남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먼 우주, 소리도 빛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작은 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위는 고요하고 변화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작은 별의 마음은 밀물과 썰물의 끝없는 운동처럼 먹먹한 애달픔과 희미한 희망으로 울렁였을 테지요. 매끈할 것 같은 별의 표면이 한 올 한 올 외로움으로 살아나 일렁이던 그 어느 날, 작은 별에게 예기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순식간에 암흑을 제치고 나타난 혜성, 그 불처럼 빛나는 꼬리를 마주한 작은 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기다릴게 기다려 줘>는 스치듯 흘려 버린 일상 속 만남의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합니다. 만남 전의 기대감, 처음 만남의 설렘, 때로는 아픔과 좌절의 파편을 남긴 만남들을 주워담고 꺼내어 올올이 추억하게 합니다.
기다려 줘. 기다릴게.
애닯지 않고 쓸쓸하지 않은 기다림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는 시공간에서 쪼그리고 앉은 별의 모습은 긴 시간 별을 지배해 온 기다림의 무게를 짐작하게 합니다. 혜성이 무심히 지나가 버린 뒤,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혼자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별에게 외로움의 농도는 몇 배 더 진하게 새겨졌을 테지요. 그렇게… 76년이 지났습니다.
혜성이 다시 찾아올 거라고 별은 생각이나 했을까요. 혜성은 이번에도 ‘빨리’ 지나가야 했지만 76년 뒤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남깁니다. 작은 별의 긴 기다림은 이제 혜성과의 만남을 추억하고 기대하는 시간들로 채워질 겁니다.
<기다릴게 기다려 줘>는 76년을 기다려도 아깝지 않을 만남, 친구, 관계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기다릴게.’ 하는 작은 별의 고요한 속삭임, 자의로 조절할 수 없는 빠르기에 몸을 맡긴 채 ‘기다려 줘!’ 외치는 혜성의 음성이 침묵을 깨고 들리는 듯합니다. ‘잠깐’이 쌓이고 쌓여 ‘영원히’ 지속될 이들의 만남과 우정이 아련하면서도 예쁘게 다가옵니다.
기다릴게 기다려 줘 - 이적 지음, 이진희 그림/웅진주니어 |
음유시인 이적의 두 번째 그림책
<기다릴게 기다려 줘>는 음유시인 이적의 두 번째 그림책이자, 딸을 향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다정한 그림책입니다. 별에 대한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는 딸의 말에 그 자리에서 ‘별과 혜성 이야기’를 지었다지요. 아빠가 직접 지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었듯, <기다릴게 기다려 줘>도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읽히고 불릴, 사랑받는 그림책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반짝이는 빛깔, 아득한 우주에 드리운 이미지의 울림
<기다릴게 기다려 줘>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한 겹 더 입었습니다. 작은 별이 76년을 지내고 혜성을 다시 만나는 동안, 홀로 이들을 관찰하던 사람에게도 고사리손 손주가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진희 작가도 <기다릴게 기다려 줘>를 만나 색을 입히는 동안, 이 작은 별과 혜성의 이야기를 기록해 온 그림 속 사람처럼 76년을 함께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하며 틈틈이 모은 꽃잎을 정성스럽게 붙이고, 얇은 선을 차곡차곡 쌓아 겹겹이 칠하는 동안, 76년의 시간을 한 발 한 발 밟아 왔을 테지요. <기다릴게 기다려 줘>의 그림 속에 새겨진 그 조용한 발자국을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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