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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by 글쓰남 201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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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10점
심보선 지음/문학동네

시인이자 사회학자의 눈으로 마주한 세상, 그리고 당신.
―심보선 첫 산문집

등단 14년 만인 2008년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펴낸 이래 대중과 문단의 폭넓은 사랑과 주목을 받아온 심보선 시인. 그의 첫 산문집을 펴낸다. 첫 시집 출간 직전인 200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써온 산문을 가려 뽑고, 때로는 지금의 시점에서 반추한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하며, 77개의 글을 한 권에 담았다. 우리가 무엇을 잊고 무엇을 외면하는지 끊임없이 되새기는 글들이다. 사회적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는 자세에 대한 글들이다. 요컨대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묻는 글들이다. 당신이 있는 곳을 돌아보기를, 내가 있는 ‘이쪽’의 풍경은 어떤지 바라보기를, 그리하여 나와 너,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어떤 움직임이 될 수 있을지, 어떤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묻는. 이것은 시인이자 사회학자라는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겠으나, 오로지 그 때문만이라 할 수는 없을 터이다. “친구들과 연인과 동시대인이 살고 있는 삶에 매혹”되고, 그 삶들의 움직임이 “나의 몸과 영혼을 뜨겁게 하고, 내 가슴속에서 말을 들끓게 하고, 나의 손발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 말하는 ‘심보선’이라는 바로 그 사람에게 사회학을 하는 좌뇌와 시를 쓰는 우뇌가 있기 때문이라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그것이 시건 혹은 논문이건-깨닫게 되었다. 내가 선택하고 빠져드는 대상은 단순히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인간들의 탄식, 좌절, 환호성, 기쁨, 경탄이 어려 있는 세계라는 것을. 그리하여 내가 이 세계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세계를 부각시키는 것이고, 그 세계와 연루된다는 것이고, 그 세계에 참여한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나는 베버와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삶에 이끌린다. 친구들과 연인과 동시대인이 살고 있는 삶에 매혹된다. 나는 삶과 일, 삶과 작품 사이를 쉼없이 오간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충고와 살아 있는 이들의 부름 사이를 쉼없이 오간다. 나의 말과 행동, 나의 기쁨과 슬픔은 그 사이 어디에선가 태어나고 소멸하고 다시 태어난다. (8-9쪽, 「“멋지게 살려 하지 말고 무언가를 이루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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