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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탁효정 -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

by 글쓰남 201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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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 - 10점
탁효정 지음/은행나무

억불숭유의 조선, 

왕실의 깊은 불심이 빚어낸 찬란한 불협화음


“시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 역사를 통찰하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길”이라고 말하는 저자 탁효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의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은행나무 刊)는 왕 중심의 조선사 뒤에 가려진 왕실 여인들의 지성스러운 불사를 소설처럼 생생하게 재현한 전에 없던 역사책이다. 한낱 투기와 가십의 소재에 불과했던 왕실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옛 사부대중의 자생적 개혁 의지와 지혜를 보여준다.

조선이 불교 국가라고 하면 혹자는 역사의 기본도 모르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며 억불숭유 정책을 내걸었고, 세종이 유교 정치 실현을 통해 왕권과 국가 경제력을 강화했다고 배워왔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는 조선사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는 철저히 왕 중심으로 기록된 관찬 사료라 이것만으로는 조선의 면면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다.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는 《실록》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퍼즐을 사찬 사료와 설화, 지금도 계속 발굴 중인 사찰의 사지(寺誌)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조선의 아버지 태조는 물론이거니와 유교의 통치 철학으로 대표되는 세종, 그리고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까지, 조선 왕실 사람들은 모두 신실한 불교도였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왕실 불사의 흔적은 왕실 불교 사찰, 바로 불교 원당(願堂)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당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집’이다. 조선 왕실 사람들은 절을 짓고 그 안에 위패나 초상화를 모셔 자신만의 소원을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 주로 죽은 부모나 남편, 요절한 자식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건축되었던 원당은, 조선 중기에 접어들면서 아들 회임을 발원하는 기도처의 성격을 띠게 된다. 불교의 구도적 성격에 기복 신앙이 더해지고, 세종의 한글 창제로 불경이 대중화되면서 불교는 명실상부한 민중 종교가 되었다. ‘원당’이라는 말 자체는 낯설지만, ‘명당’이라던가 ‘영험한 기도처’란 익숙한 민중 신앙으로 지금껏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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