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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나의 첫 젠더 수업

by 글쓰남 201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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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젠더 수업 - 10점
김고연주 지음/창비

미국의 법학자 제니퍼 나이는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젠더 박스’ 두 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박스인데,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둘 중 하나에 꼭 들어가야 한다. 경계에 걸쳐 있거나, 박스 밖으로 나오면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 ‘젠더 박스’는 남녀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비유이다. 이런 이분법은 위험하다. 어떻게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다양성을 지닌 이들이 단 두 개의 틀에 꼭 들어맞을 수 있을까? 

문화학자이자 젠더자문관으로 일하는 김고연주 박사는 이런 이분법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한다. 자기 정체성을 만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이런 전형적인 틀을 의식하다 보면, 자칫 진정한 자기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감추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첫 젠더 수업』에서 저자는 청소년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젠더 박스’를 조금씩 해체해 나간다. 사랑, 공부, 직업, 다이어트, 가족, 모성 신화 등 남녀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고정관념과 편견을 차분히,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정확하고 새로운 상식들을 제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2년에 수학?과학 분야의 남녀 차이를 정식으로 부정했다는 뉴스, 가전제품의 발전으로 가사 노동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 ‘낭만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18세기에야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고정관념을 격파하는 동시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이해하고 새롭게 관계 맺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무조건 남자가 대장이 되는 가부장제 가족 대신 ‘팀워크’가 넘치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고, 남자의 일, 여자의 일을 구분하는 대신 철학자 앙드레 고르의 아이디어를 빌려 생계 노동, 가사 노동, 자율 노동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라고 권한다. 평범한 내 몸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찾아내는 대신, 아름다움이란 다양한 것이며 외모를 품평하는 습관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단단하게 붙들라고 한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요즘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이나 관심사와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제시한다. 십 대들의 이상형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외모 스트레스에 대한 통계 등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곁에 바짝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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