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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어느 날, / 이적

by 글쓰남 201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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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 10점
이적 지음, 김승연 그림/웅진주니어

어느 날, 이별 앞에 홀로 선 이들에게 

이별은 참으로 불친절한 손님입니다. 어떤 예고도 없이, 준비할 시간도 남겨 주지 않은 채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어느 날,>은 일상이 여느 때처럼 흘러가던 그 어느 날, 아이에게 찾아온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그저 갑작스럽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돌아가셨다는 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아이는 잘 모릅니다. 

동네 골목 풍경은 여전한데, 할아버지의 가게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습니다. 현관 앞 신발장 한 켠에는 구두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립니다. 언제든 꺼내 신어도 될 만큼 말끔해서 주인이 없다는 건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아침이면 약수터 가자고 방문을 벌컥 여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얼굴을 간질이던 그 까칠까칠한 수염의 촉감도, 옷에서 희미하게 전해오는 할아버지 냄새도 여전한데, 정작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안 계신다는 사실이 아이는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비단 <어느 날,> 속 아이만 그럴까요? <어느 날,>은 냉혹하리만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홀로 선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서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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