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 욕망 - 문성원 지음/현암사 |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1906년 1월 12일 러시아 지배하의 리투아니아 지방에서 책방을 운영하던 유태인 예힐 레비나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래로 남동생이 둘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나치에 의해 살해되었다. 레비나스는 나중에 “나의 삶의 대한 기록은 나치 공포에 대한 예감과 그에 대한 기억이 지배한다.”라고 술회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히브리어 성경 교육을 받았으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푸슈킨 등의 러시아 문학작품과 셰익스피어 같은 서유럽 고전들을 즐겨 읽었다. 1915년경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가, 1923년 가족을 떠나 독일에 인접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베르그송 철학을 비롯한 프랑스 철학, 후설의 현상학을 배운다. 1926년에는 대학에서 모리스 블랑쇼와 만나는데, 그와 블랑쇼는 이후 평생에 걸친 우정 속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1928년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으로 가서 후설과 하이데거의 강의를 직접 듣는다. 레비나스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으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으며, 1929년에는 다보스 학술회의에서 벌어진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유명한 토론을 목도하기도 했다. 레비나스에게 하이데거는 막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자 넘어서야 할 상대로 자리 잡는다.
193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이름의 책을 출판한다. 이해에 레비나스는 프랑스에 귀화한다. 1931년에는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을 스트라스부르의 동료와 함께 번역하여 출간한다. 이후 소르본 대학 등지에서 공부를 계속하면서 1934년에는 나치즘의 전체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는 「히틀러주의에 대한 몇 가지 고찰」이라는 글을 발표했고, 1935년에는 나름의 독창적 사유의 단초를 담은 『탈출에 관하여』를 펴냈다. 1939년 프랑스 군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만 곧 포로가 되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포로수용소에서 지낸다. 그는 포로였던 덕택에 리투아니아에 있던 가족과 달리 죽음을 면했다.
1946년부터 그는 유대인 교사 양성을 위해 설립된 동방 이스라엘 사범학교 교장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1947년에는 수용소에서 쓴 『존재에서 존재자로』와, 장 발(Jean Wahl)이 운영하던 ‘철학학교’에서 한 강의를 엮은 『시간과 타자』를 출간했다. 1948년에는 예술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담은 「실재와 실재의 그림자」를 발표했고, 이듬해 후설과 하이데거 철학을 소개하는 논문들을 실은 『후설과 하이데거와 함께 존재를 찾아서』를 발표한다. 1961년에는 이 책에서 다루는 그의 첫 번째 주저 『전체성과 무한』이 출판된다. 이 책을 통해 레비나스는 철학자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63년부터 푸아티에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1965년 그 대학의 전임교수가 되었으며, 1967년 낭테르 대학 교수를 거쳐 1973년에는 소르본 대학의 교수가 된다. 1974년에는 두 번째 주저라 할 수 있는 『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를 내놓는다. 그는 1976년에 소르본 대학에서 퇴임하는데 거기서 행한 마지막 학기 강의들이 『신, 죽음, 그리고 시간』이라는 책으로 묶여 1993년에 출판된다. 그 밖에 레비나스의 주요한 저서들로는 『어려운 자유』(1963), 『다른 사람의 휴머니즘』(1972), 『윤리와 무한』(1982), 『관념으로 오는 신에 대하여』(1982), 『주체 바깥』(1987), 『우리 사이』(1991), 『타자성과 초월』(1995) 등이 있다. 레비나스는 1995년 12월 25일 파리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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