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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by 글쓰남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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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0점
진경환 지음/소소의책

조선 후기 양반의 사소한 일상과 사회 풍조를 들여다보는 생활사!

원문 텍스트를 바탕으로 새롭게 번역․구성한 대중교양서

“격식과 체면은 차리되 변화하는 세태와 유행에 뒤떨어지고 싶진 않으이!”


조선시대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경도잡지(京都雜志)>는 18~19세기 서울 지역의 풍속과 양반의 생활상을 저술한 책이다. 제1권 「풍속」 편, 제2권 「세시」 편으로 구성된 <경도잡지>는 각각 19개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표적인 실학자 중 한 명인 유득공은 그 자신이 서울 출신인데다 양반층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서 접하거나 경험했던 만큼 <경도잡지>에서 당시의 풍속과 세시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 제목에 ‘잡지(雜志)’를 붙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경도잡지>는 특정한 기준에 맞춰 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짧게 핵심만 서술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후에 나온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홍석모(洪錫謨, 1781~1857)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세시풍속기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민속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저작이다.

이 <경도잡지>에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다. 유득공이 <경도잡지>를 왜 서술했는지 직접 밝히지 않은 만큼 집필 동기와 그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17세기 중엽 이후 조선에는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는 새로운 사상 조류가 생겨났는데, 바로 실학사상이다. 유득공 역시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과 더불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북학파)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이들은 이전의 관념론적 성리학에서 벗어나 나라 밖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실용성과 효용성을 우선시하며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그런 관점에서, 즉 당시의 사회 변화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생활사 자료가 바로 <경도잡지>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원전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도잡지> 「풍속」 편의 19개 항목을 토대로 한 이 책은 원전의 의미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조선의 잡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또한 현대의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경도잡지>에 나온 항목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19개 항목을 4개 장에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항목의 시작 부분에 해당 원문을 번역하여 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진경환은 그동안 전통문화를 공부하고 강독했으며 조선시대 생활사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 서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중에 <경도잡지> 「풍속」 편을 접하게 되었는데, 기존에 출간되거나 인터넷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들을 발견했다. 이에 <경도잡지> 내용 번역의 오류 문제들을 글로 지적했지만 별달리 수정․보완되지 않은데다 고전 텍스트의 번역과 주석의 방식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예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전인 <경도잡지>는 핵심만 짧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단어 하나도 여러 논란과 주장을 낳을 수 있다. 번역은 제각각, 해석은 동서남북인 부분도 있다. 그런 만큼 당시 양반들의 의식주부터 취미와 놀이, 유흥과 공부, 그리고 의례까지 잘못 전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은 어떠한가? 머리에 상투 틀어 갓 쓰고, 아랫사람들에게 호통치고, 서책만 끼고 앉아 멋이라곤 찾아볼 길 없고, 가난하여 끼니를 때우지 못해도 남에게 절대 굽실거리지 않고 꼿꼿하기가 이를 데 없는…… TV 사극이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양반의 모습이 전형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왠지 낯설고 어색해 보이지만 친근한 듯하고, 여전히 격식에 얽매이면서도 이전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강해져가는 새로운 양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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