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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by 글쓰남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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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 10점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엘리

2008년, 문학에 끌려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세네갈 청년 디에간 라티르 파이는 『흑인 문학 개설』에서 한 낯선 세네갈 작가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 작가는 풀네임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T.C. 엘리만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로, 파리로 가 공부를 하다가 1938년에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라는 단 한 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인물이다. 프랑스 문학계는 엘리만에게 “흑인 랭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그의 책을 “아프리카 흑인의 걸작”이자 “프랑스에서 본 적 없는 책”이라 격찬하고 열광하지만, 이내 엘리만은 엄청난 표절 논쟁에 휘말린다. 어느 프랑스인 교수가 그의 책이 아프리카 바세르족의 우주 생성 신화를 그대로 가져와 베껴 썼을 뿐인, 독창성도 윤리도 없는 작품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 문학계에는 전면적인 스캔들이 일고, 대규모 소송에 휘말린 출판사는 결국 문을 닫고, 책은 회수되지만 작가는 끝까지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택한다. 디에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T.C. 엘리만에게 강렬한 매혹과 호기심을 느끼고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엘리만은 세네갈인들을 포함해 사람들 대부분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뒤다. 남아 있는 것은 “양차대전 사이의 불명예스러운 아프리카 작가”라는 짧은 요약, 컬트가 되어버린 엘리만을 비밀스럽게 숭배하는 추종자들, 그리고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의 첫머리뿐이다.

2018년, 작가로 데뷔해 파리에서 지내고 있던 디에간은 위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꾸지만, 자신에게 붙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문학의 유망주”라는 꼬리표와 “매번 새로움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문학에서 이미 늙고 지쳐버린 것들을 내세운 좌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야 하는 상황에, 즉 자신의 문학을 하기 위해 프랑스 문학계에서 얻어야 했던 승인과 그것에 따라붙는 제도권의 절차들에 이미 얼마간 부담과 권태를 느끼고 있다. 그러던 그 앞에 T.C. 엘리만의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디에간이 우연히 만난 60대의 세네갈인 여성 작가 마렘 시가 D.가 아무렇지도 않게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출간하는 책마다 스캔들을 일으키는 “사악한 무녀”로 알려져 있던 마렘 시가 D.는 엘리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그를 찾아 헤맸지만 더는 찾아 나설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들려준다. 전설 속 엘리만의 책을 손에 넣은 디에간은 비로소 80년 전 그 책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문학적 논쟁의 진실과, 엘리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존재가 아프리카와 프랑스 문학계에서 지녔던 의미를 본격적으로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엘리만은 부당한 모욕을 뒤집어쓰고 사라진 인종 차별의 희생자였을까? 아니면 치졸하게 표절을 저지른 사기꾼에 불과했을까? 그는 무엇에 맞서 싸워야 했으며, 항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가 끝까지 침묵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엘리만은 디에간을 점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끌고 들어가지만, 디에간은 이 외롭고도 진지한 탐색의 길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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