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집트 억만장자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시리아 난민들에게 안정된 거주지를 제공하기 위해 지중해 섬을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억만장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내정이 불안한 국가에 진출해 큰돈을 벌어왔고, 미래 사업 진출을 위해 난민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을 기부하는 행위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 하루에 약 50억씩 기부했다는 빌 게이츠, 빌 게이츠의 기부 운동에 동참해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한 투자왕 워런 버핏, 첫아이가 태어나자 재산의 99퍼센트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까지……. 우리는 이들의 이타주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의 이타적 행동은 정말로 불쌍한 이웃을 위한 선의에서 발현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사업 목표를 위해 발현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를 하고, SNS에서 ‘좋아요’를 받는 데 집착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왜일까? 그저 인간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 모든 행위 뒤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유리한 가치를 선택하며, 이타성은 뇌가 선택한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김학진 교수는 이 책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타주의를 선택하는 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동시에 인정 욕구를 건강하고 합리적인 이타주의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논의한다.
뇌과학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껏 숭고한 가치로만 여겨졌던 이타주의의 본질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선뜻 대면하기 어려운 인간의 내면을 더욱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오래된 의문과 편견을 하나씩 벗겨내며 인간 본성의 실체를 이해하려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타성의 실체를 바로 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김학진 지음/갈매나무 |
이 책의 1부 ‘칭찬에 중독된 뇌’에서 저자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즉 ‘인정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선택을 내리는 심리와 인정 욕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며 이것이 어떻게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는지를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해 살펴본다. 2부 ‘착한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에서는 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 동기의 이면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파헤쳐본다. 의사결정과 관련된 다양한 뇌 구조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뇌의 생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이타주의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3부 ‘뇌는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합리적 이타주의자’가 되길 권한다. 인정 욕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인식 과정을 꾸준히 거치라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인정 욕구를 긍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제안들과 함께 도덕적 직관 능력의 성장 가능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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