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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은행이 멈추는 날 - 전 세계 대규모 자산 동결이 시작된다

by 글쓰남 2017.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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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멈추는 날 - 10점
제임스 리카즈 지음, 서정아 옮김/더난출판사

“최악의 경제 빙하기에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놀라운 회생을 이룬 듯 보인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경기 회복세는 허울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징후는 이전의 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재앙을 예고한다.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파괴적인 금융위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이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신간 『은행이 멈추는 날(The Road to Ruin)』은 통화 분석과 경제 전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제임스 리카즈가 다음 위기에 대비해 세계 금융 권력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상세히 소개한 책이다. 그는 세계 금융 권력이 비밀리에 시민을 상대로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폭로하며,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개인과 기업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전략을 소개한다.

리카즈는 통화 전쟁에 이어 세계 통화 시스템 붕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예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8년 외환위기 확산의 도화선이 되었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당시 미 정부를 상대로 구제금융 협상을 벌였고, 미 재무부에 2008년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 권력의 관행과 사고방식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이런 경험에 복잡성 이론, 베이즈 통계학, 행동경제학, 역사적 사실을 접목해 지난 위기들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음 위기에 벌어질 일들을 예측한다.

이 책에서 그가 경고하는 다음 금융위기의 시나리오는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 금융 권력은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담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금 현금과 금을 비축해두고 위기가 닥치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시스템을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극단적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면 증권거래소가 폐쇄되고, 현금지급기 사용이 불가능하며, 단기자금이 경색되고, 자산운용사가 유가증권을 매도하지 못하며,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되고, 현금이 거부당할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상황 판단력을 갖춘다면 금융 권력의 계획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동결이 시작된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는 ‘아이스나인’이라는 허구의 물질이 등장한다. 천재 물리학자 펠릭스 호니커 박사가 발명한 동위원소인 아이스나인은 물과 반응할 경우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가공할 만한 물질이다. 아이스나인 분자에 닿는 순간 수분을 가진 모든 것, 모든 식물과 동물이 하얗고 파란 보석으로 돌변한다. 궁극적으로 지구가 온통 하얗게 얼어붙는다.

저자는 다음 위기에 예고되는 대규모 자산 동결 사태도 동일한 양상으로 번져나간다고 말한다. 또다시 위기가 닥치면 금융 권력은 유동성을 공급하여 얼어붙은 시장을 해빙하기보다 오히려 자산을 동결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고전적 공황은 소도시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급기야 월가를 강타하며 주식시장 폭락으로 연결된다. 21세기 공황은 컴퓨터가 사전에 입력된 매도 주문을 자동 실행하는 단계에서 시작되고, 이런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시장이 통제 불능이 된다. 에볼라 같은 전염병이 나타나면 보건당국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감염자를 격리시킨다. 금융 공황이 일어나면 화폐 발행이 백신 역할을 한다.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해결책은 격리밖에 없다. 격리란 은행과 증권거래소를 폐쇄하고 현금지급기를 차단하며 유가증권 매각을 중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2012년 키프로스 은행위기와 2015년 그리스 국채위기 당시 키프로스와 그리스 은행들은 현금지급기 작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저자는 금융 권력은 아이스나인 확산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우리 돈을 금융 시스템 안에 가둬둘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소유한 돈을 진열장에 전시된 보석처럼 눈으로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금융 권력은 이미 행정 명령과 전화 몇 통으로 언제든 발동할 수 있는 아이스나인 대책을 마련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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