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오류 보고서 - 네이선 렌츠 지음, 노승영 옮김/까치 |
『우리 몸 오류 보고서』는 인체에 관한 다른 책들, 이를테면 인체가 얼마나 훌륭하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 책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인체의 기적 같은 부분에 주목하는 대신 우리의 몸에 있는 수많은 결함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몸 곳곳에 있는 그 결함들은 무척 흥미로우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진화 이야기는 우리의 몸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직립보행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조상들이 네발걸음에서 두발걸음으로 옮겨가면서 무릎과 발목뿐만 아니라 등도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몸은 똑바로 선 자세가 되었지만 충격 흡수를 위해서 등뼈는 더 많이 휘어졌고 뼈들이 추가되기도 했으며, 상체의 무게를 골반과 다리에 골고루 분산할 수 있도록 허리가 움푹 들어가게 진화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오랫동안 똑바로 서 있으면 허리 근육이 수축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의 몸에 있는 수많은 오류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설계 결함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첫 번째는 우리의 몸은 과거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 맞게 진화했는데, 이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환경에 적합하다 않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의 몸은 살이 쉽게 찌는 반면 금방 빠지지 않는 성향이 있다. 저자는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았던 홍적세 중앙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오늘날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불완전한 적응이다. 사람의 무릎은 네발걸음을 하다가 점차 두발걸음을 하게 되면서 그에 맞게 진화했다. 무릎뼈들은 직립보행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으며, 해부학적 적응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탓에 몇 가지 결함이 남아 있다. 세 번째 범주는 진화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함이다. 저자는 우리가 지독히 비효율적이면서도 변화가 불가능한 신체 구조를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음식물과 공기를 둘 다 통과시키는 우리의 좁은 목구멍, 혹은 발목에서 너덜거리는 쓸데없는 뼈 일곱 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실한 설계를 바로잡으려면 찔끔찔끔 일어나는 돌연변이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렇듯 우리의 몸에는 수많은 오류가 있지만 그 결함 또한 인간의 몸의 일부이다. 저자는 인간의 몸에 있는 수많은 설계 결함들을 위대한 생존 투쟁에서 얻은 상처라고 말한다. 그 모든 시간과 선택에 의해서 환상적일 만큼 튼튼하고 생명의 무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체가 탄생한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인류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구체적이고 다양한 예들과 함께 살펴보게 된다. 특히 이 책은 뼈와 DNA, 뇌 등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비롯하여,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 등을 주제별로 나누어서 설명함으로써 인간이 오늘날의 모습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또한 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진화에 차질이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진화 이야기에 저자 특유의 입담을 더해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인간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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