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서의 나라 - ![]()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책세상 |
2016년 10월, 샌프란시스코 테드 강연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열띠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폭력 생존자 여성과 가해자 남성이 함께 단상에 오른 유례없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강연 주제는 ‘강간과 화해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Our story of rape and reconciliation’였다. 두 사람은 차분한 어조로 16년간 그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 즉 강간부터 회피와 부인, 참회와 용서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을 고백하면서 전 세계에서 매일, 매시간 벌어지는 성범죄의 위험성을 알렸다. 나아가 성폭력을 여성의 이슈로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성폭력의 당사자인 ‘남성’이 함께 참여할 때라고 호소했다. 아이슬란드 작가 토르디스 엘바와 호주의 청소년지도사 톰 스트레인저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그들 이야기는 지난 1년간 415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22개 언어로 전파되었고 올봄 ≪용서의 나라South of Forgiveness≫라는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 그들 이야기는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96년 겨울, 열여섯 소녀가 교환학생 자격으로 아이슬란드에 유학 온 열여덟 살 호주 소년에게 강간당하고 버림받는다. 사건 후 9년 동안 섭식 장애, 알코올 의존, 자해 등 삶의 벼랑에서 몸부림치던 여자는 마지막 절규인 양 고국으로 돌아간 가해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놀랍게도 절절한 후회와 진솔한 참회로 가득한 답장이 도착한다. 여자와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해 이후 8년간 300통의 서신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상호 이해에 도달한 그들은 지난 삶을 욱죄어온 사건의 매듭을 풀고, 어둡고 아픈 시간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직접 대면하기로 결심한다. 2013년 봄, 각자 살고 있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중간 지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간 재회하게 된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성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폭력과 증오, 수치와 혐오로 점철된 과거의 삶을 하나씩 벗겨내며 용서와 화해의 길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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