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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 백발의 히치하이커, 배낭 메고 떠나다

by 글쓰남 201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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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 10점
힐러리 브래트 외 지음, 신소희 옮김/책세상



〈꽃청춘〉보다 더 생생하고〈꽃할배〉보다 더 리얼한 

꽃노년 배낭족의 좌충우돌 여행기


수차례 시리즈가 이어진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부터 얼마 전 종영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노인과 그들의 삶을 다룬 콘텐츠가 우리 생활에 제법 깊숙이 들어왔음에도 노년의 삶은 우리에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10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주요 미디어에서는 청춘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사랑과 여행 같은 소재를 노인들의 삶에 녹여내며 ‘마흔 같은 예순’이니 ‘60대는 청춘’이니 하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지만 그간의 오랜 인식과 편견 때문인지 여전히 그들의 삶과 여가는 좀처럼 머릿속에 그리기 힘든,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보내야 할 노후는 상상 이상으로 길어졌음에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탓이다. 이와 더불어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는 예순의 나이를 넘긴 노인들이 여행 중 겪은 대담하고 독특한 체험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일흔여섯의 나이에도 여행작가, 여행가이드,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힐러리 브래트가 창립한 영국의 브래트 출판사와 고령 여행자들을 위한 웹사이트 실버 트래블 어드바이저가 공동 주최한 여행기 공모전 수상작들을 엮은 것으로, 전문 여행작가의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에서 벗어나 늙어가는 몸과 마음을 이끌고 신체적·정신적 도전에 나선 평범한 노인들이 직접 집필에 참여했다. 직장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은퇴한 후 연금 생활자로 돌아간 이들의 개성 넘치는 여행기에는 스릴 넘치는 모험, 살아온 인생에 대한 성찰, 배꼽을 잡을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담이 두루 들어 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용히 뒷방으로 물러나 재미없는 노인이 되기를 거부한 이들의 억누를 수 없는 모험 욕구에 대한 찬양이다.

‘노인들의 여행’ 하면 흔히들 정적이고 수동적인 여행, 이를테면 패키지 투어처럼 정해진 일정에 따라 깃발을 든 가이드를 졸졸 쫓아다니는 여행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의 여행은 그와는 정반대다. 나이 듦으로 몸은 느려졌을지언정 모험심은 전성기 못지않은,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인’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이 이어진다. 난도는 현저하게 낮아졌을지언정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위험한 상황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하며, 평생 해 본 적 없는 독특한 일에 도전하며, 자신을 넘어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찰나의 행복에 감사함을 느낀다. 환갑을 기념해 프랑스의 칼레에서 일본을 지나 영국의 컴브리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여성의 이야기도 있고, 50년 전 자신이 교사로 근무했던 시에라리온의 학교를 찾아 과거여행을 떠난 남성도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매와 함께 날아보기 위해 산 위에서 몸을 던져 뛰어내린 여성도 있고, 야생 회색곰을 관찰하기 위해 집에서 6,500킬로미터나 떨어진 북극권 한계선으로 날아간 남성도 있다. 가끔은 황당하기까지 한 이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그들 역시 모험과 여행 욕구가 젊은이들만큼이나, 아니 그들보다 더 왕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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