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s: The User's Guide -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부키 |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보디블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이란 무엇인지, 왜 지금 우리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지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장하준 교수는 ‘과학’이자 진리로 군림해 온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현재의 금융 위기에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만 경제를 맡겨 둘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평범한 시민인 우리 모두가 경제와 친해질 수 있도록 1부는 ‘경제학에 익숙해지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서는 인생, 우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에 강력한 ‘보디블로’를 날린다. 이어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에서는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와 자본가, 노동자, 시스템 측면에서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주면서 세상의 변화에 따라 경제 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이 변화상은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에서 조망할 수 있다. 1500년부터 2014년까지, 때로는 ‘거북이’처럼 때로는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달려온 자본주의의 변화가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어 4장 ‘백화제방’에서는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오늘날 경제학계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학파(N)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D), 제도학파(I), 케인스학파(K), 마르크스학파(M), 슘페터 학파(S)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알기 쉽게 정의한다. 먼저 각 경제학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뒤, 어떤 배경에서 태동했고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리해 주는데, 이를테면 신고전학파는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라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함으로써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고 설명한다. 또 고전주의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신고전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이복형제’라는 재미난 뒷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장하준 교수는 현실의 필요에 따라 우리가 여러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한 ‘경제학파 칵테일’을 만들어 맛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 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MSI 칵테일이, 왜 가끔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으면 NDK 칵테일이 제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 이론은 저마다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이론은 결코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5장 ‘경제의 등장인물’에서는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의 역할을 짚으면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이 얼마나 현실과 맞지 않는지를 보여 준다.
이처럼 1부는 그간 유일한 진리로 군림하며 ‘경제학 제국주의’로 치달은 신고전학파가 수많은 이론 중 하나일 뿐임을 지적하고, 다양한 경제 이론을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쓸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경제학 자체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 준다. 그래서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이자, 간략한 세계 경제사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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