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
“남자한테도 그런 걸 물으시나요?”
페미니즘 도서 열풍의 시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리베카 솔닛 신작 페미니즘 에세이, ‘맨스플레인’ 그후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로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리베카 솔닛의 신작 페미니즘 에세이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원제 The Mother of All Questions)가 출간되었다. 솔닛은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혐오 살인, 여성을 배제하는 문학작품, 코미디,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침묵을 거부하고 말하기 시작한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페미니즘 도서 열풍의 시작이라 할 만한 2015년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원제 Men Explain Things to Me)의 후속작으로, 저자가 2014~17년 사이에 쓴 글을 담아 페미니즘 물결의 최근 상황을 반영했다. 전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 미국에서만 9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한국에서는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그해에만 15,000부가량 판매되어 페미니즘 도서로서는 공전의 판매기록을 세운 바 있다. 솔닛의 글을 통해 유명해진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는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단어’(2015)로 꼽히고 2014년에는 온라인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었으며, 이제는 30개 언어에서 쓰이고 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았나요?”
여자들은 자꾸 받는 같은 질문들
전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자신이 직접 ‘맨스플레인’을 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일축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솔닛은 이번 책에서는 여성의 삶에 일종의 ‘정답’이 강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의 서두에 배치된 「모든 질문의 어머니」라는 글에서 솔닛은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한
다. 그의 정치 관련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대에서 인터뷰를 맡은 남자는 갑자기 그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가 어떤 대답을 내놓아도 남자는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인터뷰는 엉뚱하게도 “내가 실제로 낳은 책들을 논하는 대신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캐묻다가 끝난다. 저자는 남자는 이런 경험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질문은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하고 따라서 여자의 생식 활동은 마땅히 공적 문제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며, 더 근본적으로는 여자에게 적합한 삶의 방식은 하나뿐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단언이다. 저자는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우리가 습득해야 할 기술은 오히려 이런 질문을 거부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전작에서 ‘맨스플레인’을 당한 일화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으로 시야를 확장했던 솔닛은, 이번 책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여자’로 환원되는 일상의 경험에서 여성을 침묵시키는 더 큰 체제로 시야를 확장한다. 누구도 멋진 경력과 가정을 둘 다 갖춘 이성애자 남성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두 잘해내느냐고 묻지 않는다. 아내가 그 비결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가정을 돌봐야 하며, 많은 여성 직업인들은 “언젠가는 출산하러 떠날” 사람으로 여겨진다. 즉, 여성은 개체가 아닌 표본으로 취급되며 어떤 상황에 있든 ‘여자’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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