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권이다 - 이건범 지음/피어나 |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언어
언어를 인권으로 보는 저자의 생각은 언어와 정치, 언어와 민주주의의 관계로 이어진다.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정치에 국민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치판과 공론장의 언어가 쉽고 예의 있는 말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민주공화국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대우하는 ‘시민적 예의’를 갖춘 말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시민의 정치 참여를 북돋워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고 시민의 덕성을 키운다. 쉽고 바르고 품격 있는 국어는 민주주의 발전에도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어를 지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언어, 그리고 국어. 그저 “우리말이니까, 우리 것이니까”라는 빈약한 당위성을 넘어서 민주적이고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바로 지금 가장 필요한 태도와 원칙이다.
지금 우리는 왜 국어를 사랑하지 않는가? - 그 역사적 여정
저자는 우리 국민의 국어 사랑이 식어버린 데에는 역사적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국어가 핍박을 받았던 일제강점기부터 독재정권을 거쳐 외환위기를 겪으며 강자의 언어, 즉 외국어와 거친 말을 너도나도 남용하는 풍조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을 둘러싸고 이어온 치열한 역사적 격변의 과정을 쉽고 재미있으면서 날카롭고도 통찰력 있게 정리한다.
특히, 우리 국민이 국어 문제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삶의 맥락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유를 우리나라 근현대기에 있었던 국가 주도의 국어정비과정의 부정적 효과라고 주장한다. 또한,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내 마음대로 말하면 어떠냐’는 자유화 분위기가 퍼지면서 늘어난 외국어 남용과 말 파괴. 이 풍조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더욱 강자의 말, 즉 외국어와 거친 말을 너도나도 남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유를 얻고 영혼을 내주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우리 것이라는 인식 틀을 넘어서
저자는 우리가 다시 국어를 사랑하는 길이 과거의 ‘국어사랑 나라사랑’을 반복하는 데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국어와 한글이 우리 것이기에, 민족의 전통 유산이자 자산이기에 사랑해야 한다는 과거의 인식 틀을 넘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국어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간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공공언어,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주는 공론장 언어를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천하는 시민들의 자각에서 출발한다고 담담하게 말을 맺는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에게, 공공 언어 생산자로서 공무원과 사회지도층에게 우리 국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책을 통해 그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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