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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서점은 죽지 않는다 - 종이책의 미래를 짊어진 서점 장인들의 분투기

by 글쓰남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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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죽지 않는다 - 10점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시대의창

서점의 오래된 미래를 발굴하다

이 책은 일본 각지의 ‘동네 서점’을 순회한 기록 문학이다. 지은이는 동네 서점 사람들이 독자에게 책 한 권을 ‘전달’하려고 고민하는 애쓰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동시에 서점 운영과 출판유통이 ‘팔리는 책’ 위주의 매출 지상주의로 치닫는 현실을 비판한다.

도쿄 한 상점가에 겨우 5평짜리 히구라시문고를 연 하라다 마유미, 전자책에 맞서 종이책의 우위를 말하는 논객 후쿠시마 아키라, 주민이 100명인 마을에서 잡화점 겸 서점을 운영하는 이하라 마미코, 카리스마 서점인으로 불리는 이토 기요히코 그리고 그의 제자인 다구치 미키토와 마츠모토 다이스케, ‘보통 서점’을 실천하는 나라 도시유키, 그리고 후루타 가즈하루.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독자가 원하는 책을 전달한다는 서점의 위상과 소중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상품’이자 ‘문화재’이기도 한 책을 팔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려는 서점(인)의 모습은 서점의 오래된 미래를 상기시킨다.

지은이는 책은 무엇인지, 서점은 어떤 곳인지, 서점인은 누구인지 우리에게 담담히 묻고 있다. 책과 독자의 소통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의 모습을 ‘발굴’해, 책이라는 불가해한 힘을 가진 공공재를 다루는 ‘장인’들의 무대가 바로 서점임을 보여준다.



골목골목에 다시 서점이 돌아온다

이 책은 서점 ‘장인’들의 목소리를 빌려 서가 진열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인가 하는 끝없는 논쟁, 전자책과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년에 대한 이야기, 숨은 책을 발굴해 베스트셀러로 만든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비단 동종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은 수저나 망치나 바퀴, 또는 가위처럼 일단 한번 발명되고 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에서도 한때 사라지던 서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독립 책방’, ‘동네 서점’ 등의 이름으로 골목골목에 다시 돌아오고 있다. 동네서점지도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 일주일에 1개꼴로 서점이 문을 열었다. 서점과 (종이)책의 내일은 아직 불투명하기만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서점을 열고 데카르트와 에코가 말한 ‘책’을 진열하고 ‘당신’을 기다린다.

책방지기들이 기지개를 켠다. 창으로 비껴 들어온 햇살에 책들이 반짝인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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