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어린 왕자 - 읽고, 쓰고, 그려보는 『어린 왕자』

by 글쓰남 2017. 4. 6.
반응형
어린 왕자 - 10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서준환 옮김/도서출판 숲

『어린 왕자』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

읽고, 쓰고, 그려보는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작품에 담긴 의미, 심상, 표현 등이 언뜻 보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원문의 호흡에 충실해야 한다는 구실로 기계적인 직역을 하다 보면 한국 독자에게 그 심상과 표현이 제대로 전해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십대에 이미 『어린 왕자』의 독자가 되기도 하지만, 독자층의 연령대 이전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구성이어서, 번역 여하에 따라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번역은 원문의 의미 전달에 충실하면서도 되도록 표현력이 풍부한 우리말로 풀어쓰면서 작중의 상황이나 인물의 표현이 우리 독자들에게 보다 익숙하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작품은 전체적인 흐름이 토막나고 뜬금없는 에피소드로 기억되기도 하는데, 그런 병렬적 전개가 아니라 가능한 한 유기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읽힐 때 작품의 탁월성이 드러나기에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의미 조합이나 연결에도 비중을 많이 두고 우리말로 옮겼다. 이 작품이 환상적인 이야기에 동화풍의 표현이 쓰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어른에게 바쳐진 작품이고, 어른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진솔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마치 리트머스시험지처럼 언제, 어떤 마음 상태에서 읽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공명하는 문구가 다를 정도로 『어린 왕자』에는 상징적이고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전체로서 다가오는 감동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읽고, 필사하고, 부록으로 들어 있는 컬러링-북으로 어린 왕자를 그려보는 특별한 경험을 만날 수 있다.



‘필사다이어리-북’이란?

왼쪽 페이지에 텍스트를 제시하고 필사를 위해 오른쪽 페이지를 전부 비워두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매 페이지에 텍스트와 필사공간을 배치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고전을 필사할 수 있다면!(책의 페이지가 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비용과 편의성이 극대화된다) 

이런 모토로 독서와 필사, 그리고 다이어리 기능까지 겸비한 일책삼조(一冊三助, 한 권의 책으로 세 가지 이로움을 얻다)의 책을 만들어보고자 도서출판 숲에서 만든 새로운 시리즈다. 그래서 이 책의 활용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읽을 수도 있고, 필사할 수도 있고, 엄선한 고전 텍스트를 옆에 두고 다이어리나 노트로도 쓸 수 있다.

다만 이제 필사를 하면서까지 읽고 또 읽어 내 정신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그런 텍스트가 어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참여 독서’라 부를 수 있는 필사가 무서운 속도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멀미를 치유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분명 그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전 필사는 삶의 속도를 줄임으로써 인간의 내면으로, 오래된 새로움의 원천으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눈으로 읽는 속도로는 드러나지 않던 고전의 내밀한 속살이 손으로 천천히 읽어낼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얻는 분명한 뭔가가 있다면, 깊이를 더한 정독으로서의 필사 또한 분명한 효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