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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소년아, 나를 꺼내 줘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by 글쓰남 2017.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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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아, 나를 꺼내 줘 - 10점
김진나 지음/사계절

시지는 엄마와 함께 간 자리에서 엄마 친구와 그 아들 ‘얼’을 만난다. 어릴 적 몇 번 만났을 뿐인 시지와 얼은 나란히 걷고, 대화를 나눈다. 편안한 분위기임에도 시지는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하고, 당황하는 와중에도 얼의 웃음이 눈부시다.


“알 속에서 2개월쯤 지나면 새끼 거북이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해. 그때 알을 깨기 위해 ’카벙클‘이라고 불리는 임시 치아가 생겨. 새끼 거북이는 카벙클이 온통 부서지고 입에서 피가 나도록 알의 내벽을 깨.”

나는 ‘카벙클’을 발음하는 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 발음이 신비롭게 들렸다. 그때 주변의 것들과 상관없이 갑자기 나를 툭 건드린 건 뭐였을까. 소리도 없고 격렬한 동작도 없었다. 묘하게 달라졌다. 나는 조금 더 바짝 당겨 앉았다.(15-16쪽)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지 마음속에 있던 커다란 문이 ‘아무도 힘주어 밀지 않았는데 저절

로 열려 버렸다.’(16쪽) 얼을 만난 다음 날부터 각 장의 제목은 1일, 2일 시간순으로 적힌다. 멈춰 있던 시지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사랑이 시작된 미묘한 순간에서부터 시지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격렬하게 내달리기도 하는 61일 밤과 낮의 기록이다. ‘너를 만나고 나는 더 커진 것 같아’, ‘사랑을 하면 발꿈치가 투명해진대’ 등 사랑을 표현하는 신선하고 감각적인 문장들은 이 작품을 읽는 큰 재미다.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당기면’ 새로운 중력과 공간이 생긴다는 낭만적 발상을 바탕으로 시지가 꿈과 현실, 상상 속에서 얼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구성은 진부한 사랑싸움 없이도 독자들을 소녀의 사랑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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