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방현석 지음/도서출판 아시아 |
엄마는 희생자, 아빠와 오빠는 미수습자
그리고 세월호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다섯 살 아이
한 베트남 이주민 가족의 기막힌 이야기
1988년 《실천문학》 봄호에 생동감 있는 노동현장을 그려낸 「내딛는 첫발은」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방현석은 『내일을 여는 집』 『십년간』 『당신의 왼편』 『아름다운 저항』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등 우리 현대사에서 노동자의 숨결과 헌신, 민주화 운동 세대의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해 왔다. 그런 그의 시선이 세월호 참사의 그늘을 주목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린 손녀를 제외한 일가족을 잃고 베트남에서 날아온 판반짜이 씨와 그의 작은딸.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생존자 가족인 동시에 실종자 가족이기도 한 그들이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고 무엇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사람이 될 길 없었다.
‘심장이 잘못하여 머리 위에 놓이니/나라의 운명이 바다 깊이 가라앉았네’ 소설 속에서, 베트남 흐우의 시는 흘러간 전쟁 시기를 노래한다. 그 옛날 전설에 나오는 미쩌우 공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베트남 왕의 어리석음이 공주와 나라의 운명까지 송두리째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했다는 이야기. 우리의 운명이 어찌 이와 같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평화 시기의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흘러간 전쟁 시기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세월』은 아무도 찾지 않았던 4·16 세월호 참사의 그늘, 한 베트남 이주민 가족의 기막힌 이야기이자 추악하고 끔찍한 한국을 향한 세련되고 책임 있는 목소리이다. 우린 분명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쟁보다 더한 상처를 주는 참사가 목을 얽매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비인간적 인간들이 떠드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곳이 한국이라고, 『세월』은 말한다.
“뛰어내리게만 하면 되는데 관제소도, 해경도, 청와대도 보고만 받고 아무도 탈출시키란 지시를 않고…… 애들이 살아서 발버둥치고 있었을 하루 동안 배 안에 잠수요원 한 명 투입하지 않고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고 사기나 치고, TV는 그걸 하루종일 돌려댄 거예요. 올라온 애들 손톱 다 새카맣게 된 거 봤잖아요. 애들이 차오르는 물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다 그렇게 된 거잖아요. 송희네 반 애들만 스물한 명이 그렇게 간 거예요. 애들이 그토록 아프게 죽어가는 시간에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던 선장과 어디에도 없었던 나라의 책임자를 난 믿은 거예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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