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 홍성담 지음/나비의활주로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이후 전시 불허 결정이 내려졌던 <세월오월>의 원작 전체가 3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와 함께 드디어 대중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오월>은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을 비통에 빠지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 후 한 달간의 작업 끝에 완성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해 주목받은 동시에 유형?무형의 탄압을 받으며 줄곧 원작 전체가 공개되지 못하고 부분 이미지만 잘려서 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풍자를 풍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쇠사슬로 채운 블랙리스트 사태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슬픔을 진정으로 치유하려면 그들이 삶과 죽음 경계에서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고 떠올려야 한다며 찰나의 고통 속에서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 존엄성의 깨닫게 하는 그들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청년 시절, 1980년 오월 민중항쟁에 직접 참여했고 ‘광주학살 진상 규명’에 청춘을 다 바친 그의 모든 경험은 세월호 사건을 더욱더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국가 폭력과 싸우는 것이 그 인생의 목적이고 약속이라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모든 악에 저항하는 것이 자신의 그림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풍자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국가의 운명이 파시즘으로, 독재로 흐를수록 풍자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들을 견제하고 풍자하고 조롱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불가하다고 강조한다. ‘금기사항’으로 소독되지 않은 천부적인 자유, 싱싱한 자연 그 자체의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는 홍성담 화가의 글과 그림이 자유롭게, 때로는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술가는 항상 사회적 금기와 터부를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은 나에게 ‘도구’다.
가난하게나마 나를 먹고살게 만드는 직업이다.
또한 내가 기어코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표현하는 도구다.
그림은 나에게 ‘무기’다.
저 무참한 권력들은 항상 법을 앞세우고 뒤에서 우리 등에 총과 칼을 박았다.
그림은 그들의 음모를 폭로하고, 그들의 민낯을 드러내게 만드는 무기다.
그림은 진실을 파괴하는 온갖 야만에 저항하는 지극히 단순한 내 언어일 뿐이다.
제주 4.3 사건, 광주 오월항쟁, 유신 독재 시절, 세월호 사건, 위안부 문제,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촛불집회 등을 이야기하며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이 시대를 함께 견뎌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빠져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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