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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비장소 - 초근대성의 인류학 입문

by 글쓰남 2017.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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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소 - 10점
마르크 오제, 이윤영 외 옮김/아카넷

현대사회 및 문화 연구의 주목할 만한 관점, ‘비장소(非-場所, non-lieux, non-places)’

프랑스의 인류학자 오제는 이 책에서,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부재, 역사성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의 부재 등의 특성을 지니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기차역, 공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의 장소는 인간적인 장소가 될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장소’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즉, 비장소는 ‘장소 아닌 장소’, 정확히 말하자면 ‘인류학적 장소’가 아닌 장소를 말한다. 인류학적 의미의 장소란 통상 역사가 깃들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창출하며 개인의 정체성에 준거를 제공하는 곳으로 집이나 학교, 교회, 광장, 상점 등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접해온 장소들이다. 


오제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적 유대와 집합적 역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인류학적 장소’와 현대의 ‘비장소’는 그 용어의 절대적인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소-비장소’의 짝패는 주어진 공간의 사회성과 상징화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장소의 진정성 상실과 비장소의 특징

“타자의 현존이 없는 타자의 공간”이자 “스펙터클로 구성된 공간”인 비장소는, 오제에 따르

면, 전통적인 장소와 대척점에 놓인다. 즉 사람들이 정착하고 전유하고 서로 교류하는 곳이 장소라면, 비장소는 통과하고 소비하고 서로를 소외시키는 곳이다. 장소가 개인에게 지나온 역사를 일깨운다면, 비장소는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하는 곳이며, 장소가 사회적 만남과 관계의 무대를 마련한다면, 비장소는 익명성 속에서 자기 자신만을 대면하는 거울로 기능하는 곳이다. 장소가 다양한 상징체계와 대화, 상호작용을 매개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면, 비장소는 고독과 유사성의 경험을 빚어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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