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아워 - 케이티 로이프 지음, 강주헌 옮김/갤리온 |
“죽음은 결국 삶의 가장 위대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1)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뉴욕대 교수가 죽음에 관한 책을 쓰기까지
누구나 아무리 늙어도 1년은 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의 저자인 케이티 로이프는 굳이 죽음에 관한 책을 써야만 했을까?
그녀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았고 열두 살에 한쪽 폐의 절반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녀는 다시 찾은 생을 살며 ‘죽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 내는지 궁금했고, 가까스로 살아났는데 후회 없이 살기 위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의사인 아버지의 어이없는 죽음은 그녀로 하여금 ‘죽음’이라는 주제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미국의 사상가 수전 손택,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 영국의 천재 시인 딜런 토머스, 그림책의 피카소라 불리는 모리스 센닥 등 위대한 작가들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추적함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돌이켜 본다.
케이티 로이프는 책을 쓰기 위해 작가들이 펴낸 작품은 물론이고 생전의 인터뷰 자료, 작업 노트, 일기, 엽서, 편지 등 수많은 관련 자료를 찾아내 그것을 분석했다. 그리고 작가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가족과 연인, 친구, 간병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이 ‘바이올렛 아워(violet hour)’, 즉 삶과 죽음 그 경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2) 수전 손택, 지크문트 프로이트,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
전 세계 위대한 작가들의 마지막 순간을 고찰하며 깨달은 것들
위대한 작가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삶이 모두 존경스럽고 위대한 것은 아니다. 케이티 로이프는 책을 쓰면서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고 삶을 미화해서라도 마지막 순간을 멋지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억제했다. 완곡한 표현이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표현도 자제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이 삶의 마지막에 보여 준 극심한 두려움,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변명을 늘어놓는 듯한 못난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 애썼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지만 죽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된 이 책은 놀랍게도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며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죽음을 극복하는 예외적인 존재가 되겠다며 끝까지 죽음을 거부한 수전 손택,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자 진통제를 거부하며 죽음의 순간도 스스로 선택한 지크문트 프로이트, 죽음에 대항하고자 창작과 섹스에 몰두한 존 업다이크, 내일에 대한 걱정을 왜 하느냐며 죽는 날까지도 술을 마신 딜런 토머스, 평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죽음을 모티브로 한 그림으로 승화시켜 낸 모리스 센닥…….
그들은 왜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까? 나는 과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 케이티 로이프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멋지게 죽는 법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봄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 즉 그 숭고한 통찰과 깨달음의 순간을 좇으며 제가 깨달은 것들이 당신에게도 조금이나마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3)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것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해 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고. 죽음은 우리에게 유한함을 일깨워 줌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함을 배우게 해 준다. 그래서 삶에는 죽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죽음이 있어야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삶에서 그동안 입고 있던 수많은 옷을 벗겨 내 중요한 것만을 남긴다. 시간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고, 진정 원하는 것에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 내고 진정 소중한 것들을 가꿔 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라. 그때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때 후회할 일이라면 지금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저자 케이티 로이프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것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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