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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by 글쓰남 2018.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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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10점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글항아리

올해 일흔이 된 소설가 김훈은 “삶에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무겁고 무섭지만, 게으른 자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혐의가 짙다고 말한다. 의미가 무거울 때 우린 이런 불평을 해봐도 좋겠다. “노년이라고 다 강태공이 되는 건 아니다. 우럭과 감성돔에 환호하는 노년의 평범한 낚시꾼이 더 많다. 그게 인간의 삶이다.” 

김훈보다 딱 열 살이 많은 미국의 구루 파커 파머 역시 ‘나이듦’의 무거움을 말하지 않는다. 사회 활동가이자 영성 교육자로서 왕성한 에너지를 발산해온 파머는 생의 후반부에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안으로만 숨고 파고들다가 그는 자기 안에서 안으로 통하는 문을 하나 더 열어버렸다. 그렇게 발견한 노년, 그는 현재 노년의 리듬에 따라 물감처럼 스미는 글을 쓴다. 아름다운 글을. 

삶의 가장자리엔 절벽이 있다. 그건 놀랍지 않다. 놀라운 건 ‘나이 드는 걸’을 좋아하는 감정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삶의 가장자리에서 그동안의 경험이 폭넓고도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게 한다. 세상은 다시 열리고, 마음은 젊어진다. 타자의 마음에 자유자재로 침투하면서 몸은 강물처럼 유연해진다. 이것이 노년이고 노년의 열정이다. 

파머는 이 책에서 이런 놀라운 풍경을 보여준다. 저자는 노화라는 중력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나이듦에 협력’할 때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한 경험을 들려준다. 노인들만 대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젊은이들을 향하고 있다. 젊음에게 노년은 낯선 것이고, 낯선 것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못 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스물네 편의 에세이와 여러 편의 시로 이루어진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다. 대신 저자의 경험을 비추는 프리즘을 일곱 번 바꿔가면서 독자들도 그런 작업을 해보도록 북돋운다. 여기에 삶을 붙잡고 놓아주는 그 속에 자신을 풀어놓는 얼마나 놀라운 힘이 스며 있는지, 느끼고 생각하는 건 우리 몫이다. 쇠퇴와 무기력이 아닌 발견과 참여를 통해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경험에 열린 눈을 뜨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장 긴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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