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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떨리는 게 정상이야 - 공학자 윤태웅의 공부 그리고 세상 이야기

by 글쓰남 201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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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게 정상이야 - 10점
윤태웅 지음/에이도스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치는 공학자가 오랜 세월 고민하고 사유해 온 내용을 담은 과학 에세이이자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또 과학 지식과 수학적 사고의 힘을 어디에 있는지, 공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를 풀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 세상을 바라보는 담박한 시선에서 공학적 글쓰기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시민들에게 왜 수학이 필수교양이어야 하는지부터 과학자와 과학자 공동체의 관계,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성소수자 문제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공학자의 언어와 생각으로 풀어냈다.


“당연한 사실도 증명해야 하나요?”

“증명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걸 당연하다 할 수 있을까요?”


“x+y=y이면, x=0임을 보이시오.” 공대교수인 지은이가 공대 학생들이 배우는 ‘공학수학’ 기말고사 시험문제로 낸 것 중 하나다. 학생들은 문제에 당황한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야 할까? 중학생도 아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배움은 비움이다.’ 공부는 익숙함에 맞서 치열하게 의심하는 작업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인공지능이 나날이 진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공부는 더는 유의미하지 않다.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사유하는 힘, 수많은 정보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육과 공부에 대해 고민해온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공부는 ‘익숙함에 맞서 치열하게 의심하는 작업’이다. 공대생들에게 중학생도 아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내는 이유다. 명백해 보이는 것도 그냥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 지금까지의 경험을, 선입견과 편견을 의도적 비우는 데서 배움은 출발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고 합리적으로 질문하는 데서 진정한 배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떨리지 않는 안정된 시스템을 연구하는 공학자, ‘떨림’을 말하다.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도 ‘수학적 사유’일 것이다. 지은이는 수학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확실한 지식 체계’이며, ‘모호함과 애매함이 없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언어’라고 강조한다. 책의 상당 부분을 수학의 원리와 수학적 사고의 특성, 수학자들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애매함과 모호함이 없는 강력한 사유방식인 수학과 과학에 항상 같이 따라 붙는 것이 반증 가능성, 합리적 의심과 질문, 열린 태도, 수평적 소통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수학과 과학의 미덕이 있다. 과학의 역사가 수학의 논리가 과학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답 찾기보다 문제 만들기가, 권위에 대한 맹종보다 합리적 의심과 질문이, 불성실한 성공보다 성실한 실패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더 과학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떨리지 않는 안정된 시스템을 연구하는 공학자가 ‘떨림’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수직적 권위로 밀어붙이기 전에 항상 의심하고 배우며 소통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장 난 나침반은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 “떨리는 게 정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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