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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당신이 남긴 증오

by 글쓰남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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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 10점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걷는나무

“내 친구가 죽었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서. 

그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우린 그저 평범한 16살이었다.”


주인공인 흑인 소녀 스타의 가족은, 총과 마약이 낯설지 않은 동네인 소위 ‘우범지대’에 산다. 그러나 자녀가 다른 삶을 살길 원하는 부모님은 아이들을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로 진학시킨다. 그렇게 주인공은 낮에는 부유한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의 모범생으로, 밤에는 그녀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의 주민으로 두 가지 정체성을 갖고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도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친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반항도 무장도 하지 않은 그들에게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격을 행한 경찰.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수사는 점차 가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스타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차갑고 견고한 공권력과 맞서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 소중한 가족과의 일상을 지키는 일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 사이에서 스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소설은 비단 흑인 인권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가슴 아픈 주제를 진정성 있게 묘사하고 있다. 호소력 짙은 스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사회 내 차별과 혐오를 첨예한 시선으로 그린 감동 서사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여전히 사회 주류는 백인 남성이고 수없이 많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고 있다.” 영화 [서치]의 주인공 존 조가 동양인 배우로 20년 만에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 역할을 맡게 된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소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인종·계층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사회 곳곳에서 차별로써 존재하며, 수많은 범죄와 부작용을 야기한다. 흑인이나 동양인의 감옥 수감율은 백인의 7배이고, 경찰로부터 총격을 당하거나 체포되는 비율도 두 배 이상 높다. 

『당신이 남긴 증오』 역시 이러한 문제를 그리고 있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차별과 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편견과 무관심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법은 때로 정의에서 한 발 떨어져 있으며, 언론에서 왜곡되고, 대중들은 선입견에 쉽게 휩싸인다. 

책의 제목은, 인종차별을 노래한 힙합 씬의 전설 투팍(2pac)의 말에서 따왔다. 원서 제목인 ‘The Hate U Give’의 머리글자를 따면 ‘THUG’인데, 투팍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아 내몰린 사람들을 가리켜 ‘THUG LIFE(폭력배의 삶)’이라고 칭했다. 이는 불법적인 일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하층민의 삶을 가리킨 것이며, 사회적 편견과 증오가 그들을 폭력배 같은 삶으로 이끈다는 의미다. 투팍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 불을 붙일 수는 있다고 장담한다.” 

주인공 스타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거죠. 이건 우리의 고통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거다”라고 말하며,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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