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다시 자본을 읽자

by 글쓰남 2018. 8. 24.
반응형
다시 자본을 읽자 - 10점
고병권 지음/천년의상상

『다시 자본을 읽자』의 저자 고병권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넘어서려 했던 사상가이기 이전에 우리 시대를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게 해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역사학자 홉스봄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이 나오면서 우리 시대를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시 자본을 읽자』의 저자 고병권에게 마르크스의 『자본』이 흥미로웠던 것은 이런 개념적 사항보다는 문제를 바라보는 ‘마르크스의 눈’ 때문이었다.


“이성적인 눈도 탁월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본 건 감성적인 눈이에요. 『자본』은 상품이 쌓여 있는 곳, 시장에서 시작해요. ‘와 풍족하구나’라고요. 이 풍요로운 부가 어디서 왔는지 보고 싶어서 시장에 가보니 어디서든 누구나 손해를 보지 않는 등가교환을 해요. 그러다 어느 시장 하나를, 마르크스는 보게 되지요. 다른 물건들을 사고파는 시장은 안 그랬는데, 딱 한 곳 바로 노동시장은 달랐던 거죠. 여기도 자본가가 화폐를 들고 갔고 노동자가 노동력을 들고 갔어요. 교환을 해요. 등가교환이에요. 서로 필요해서 한 교환이었고 누구도 법으로 강제하지 않았어요. 자유로운 교환이었고 등가니까 평등했어요. 그리고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인 교환이었으며 서로 가져가는 이익이 다른 교환이었어요. 그런데 마르크는 거래가 이뤄진 후 그들의 뒷모습을 봐요. 교환이 막 끝나고 났을 때의 표정…….”


철학자 고병권이 마르크스와 『자본』에 감탄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등가교환’이라고 하면 보통은 천 원 내고 천 원짜리 물건을 받은 것이니 ‘쿨’하게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등가교환의 한 주체는 새로운 사업 전망에 불타는 눈빛으로 어깨 으쓱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다른 한 주체는 마치 줄 것 다 주고 가죽이 되려 무두질을 기다리는 소처럼 쭈뼛쭈뼛 따라간다는 것을 마르크스의 ‘눈’이 발견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는 겉만 본 것을, 마르크스는 그 심층을 들여다보고, 또 다른 렌즈로 비춰보았다는 것이다. 


“혹시 심층에서는 뭔가 불평등한 게 있는 게 아닌가, 부자유한 게 있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겉보기와는 달리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르크스는 그 사람들을 따라가죠. 따라갔더니 공장이 나오고 그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어요. 마르크스가 그 안을 들여다보면서 『자본』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돼요. 정말 놀라워요. 이론가나 과학자 또는 학자가 꼭 가져야 할 눈이 바로 마르크스의 눈이에요. 그 슬픔을 아는 것, 슬픈 눈빛을 읽어내는 것, 그걸 읽어내지 못했다면 그는 결코 『자본』을 쓸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상품을 교환하는 그 한 장면에서 어떻게 자본주의 본질을 잡아낼 수 있었을까? 물건 하나 달랑 교환하는 그 한 장면만 포착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그 바닥 아래까지 그려내는 솜씨에 저자 고병권은 탄복한다.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고고학자가 땅을 파다가 파편을 하나 발견한 뒤 그 파편에 그려진 두 사람의 동작만 보고 그들이 살았던 사회를 그려낸 것만 같다. 

무엇보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이 분명한 독자를 겨냥하는 다소 ‘이상한’ 책이고 더욱이 그 독자가 바로 노동자라는 데 놀란다. 그리고 저자 고병권이 보기에 마르크스는 이 책을 읽을 노동자들을 ‘계몽’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노동자들을 ‘고려’하고 ‘배려’하며, 심지어 ‘편들어주기’ 위해 쓴 책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