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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시스터 아웃사이더

by 글쓰남 2018.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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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아웃사이더 - 10점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후마니타스

•시스터 아웃사이더•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아웃사이더들을 보듬는 언어다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사라 아메드 등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오드리 로드의 가장 핵심적 산문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이다. 1970, 80년대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과 남성 중심의 흑인 민권운동에 맞서 아웃사이더, 즉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서 강렬한 비판의 언어들을 쏟아냈던 시기(1977~83)의 글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 책은 초판(1983)의 글들 외에도, 그녀의 레즈비언·게이운동에 대한 공헌을 보여 주는 세 편의 글을 추가했으며, 2017년 사라 아메드가 쓴 오드리 로드에 대한 해설을 함께 실어 로드의 현재적 의미를 살린 독자적 한국어판으로 꾸며졌다. 

백인 남성 중심 사회뿐 아니라 이에 맞선 페미니즘 운동과 민권운동 내에도 존재하는 모순과 차별, 억압을 사유하며 “차이”의 의미와 억압의 “교차성”을 선구적으로 이론화했던 그녀는 페미니즘이 무엇보다 “우리 안의 타자들”을 보듬는 언어가 되어야 하며, 혁명은 그 어떤 차이도 희생하지 않은 온전한 자아들의 연대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지금도 이 책은 페미니스트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녀가 남긴 수많은 언어들은 페미니스트들뿐만 아니라 각종 억압에 맞선 투쟁의 도구로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 



•차이와 정체성• 


“당신이 두려워하는 얼굴은 나일지도 모른다. … 나는 여성이자 흑인 레즈비언이다.”

로드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했다. “백인 남성 이성애 중심적 자본주의”(젊고 하얗고 마르고, 남자이고, 이성애자이고, 기독교를 믿고 돈이 있는 이들이 지배할 권리를 가지는 사회)에서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인 그녀는 “다르고, 열등하며, 잘못된 뭔가”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사회뿐만이 아니다. 동일성의 정치학이 지배적이던 당시 여성 공동체에서는 그녀에게 페미니스트임을 증명하라 했고, 흑인 공동체에서는 얼마나 검은지 증명하라 했다. 하지만 로드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에선 흑인으로서, 흑인 공동체에선 여성으로서, 이성애자들 앞에선 레즈비언으로서 싸웠다. 그녀는 늘 ‘자매’의 얼굴을 한 아웃사이더였다. 이 책의 글들은 대부분이 그런 고투의 기록이다. 

백인 페미니스트 학계가 후원하는 학술대회에 가서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백인 남성 노예주와 같은 위치에서 흑인 여성의 억압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주인의 도구...」), 흑인학 학술지에 흑인 남성 지식인의 성차별주의를 고발하며(「성차별주의」), 흑인 여성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혐오가 자기혐오에서 나오는 것이니 스스로를 성찰해 보라고 하는(「서로의 눈동자...」)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진짜 흑인” “진짜 페미니스트”를 인증하라는 요구에 로드는 스스로를 하나의 범주로 정체화하지 않고 “나는 흑인인 동시에 여성”이고 “여성인 동시에 흑인”이라고 대답한다. 로드에게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차이 하나하나가 똑같이 찬양받아야 할 것이었다. 이는 어느 하나의 고정관념에 국한되기보다는 “온전한 삶을 살려는 욕망”, “자기 자신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하나도 빠짐없이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망”, “그 모든 차이들이 가진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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